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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중국 Jul 15. 2020

[중국 Z세대 연구소 1] 5천 원짜리 남자친구가 온다

버추얼 남자친구(虚拟男友) 등 온라인 언택트 친구 서비스 시장의 성장

Intro : GD를 내 남자친구로 


출처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11291291H

GD가 세상을 평정했던 시기가 있다. BIGBANG이라는 엄청난 보이그룹도 있었지만, GD는 본인만의 독창적인 IP를 가지고 세상에 영향력을 가지게 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의 PLAY K POP이라는 세계 최초의 K POP 체험관에서는 GD에게 고백을 받고, GD의 솔로 세레나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콘텐츠가 존재했었다. (영상 참고)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b-8ez7_b2Nc


유튜브 링크 형태로 첨부한 영상을 확인해 보면, 7분 30초부터 풋풋한 GD와의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9분 40초 정도부터는 GD가 내 것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이 콘텐츠는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내가 한때 몸담았던 국내 최고의 디지털 미디어랩 d'strict의 공동작품이다. YG Entertainment도 참여했다. 나는 처음에 이 콘텐츠를 접했을 때, 세상에 '좀 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라고 느꼈다. 내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모시고 온 거대 자본과 부동산 디벨로퍼들과 비슷한 상상을 하고 투자를 검토했었다. 좀 더 디테일을 설명하면, 이 콘텐츠는 'Holographic'이라는 기술과 Telepresece라는 기술이 결합된 콘텐츠이다. 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허공에 실제 아티스트와 1:1 비율의 버추얼 아티스트를 세워놓고, 유저가 버추얼 아티스트와 실시간 인터랙션(상호작용)을 하는 형태이다.


이런 콘텐츠를 'Digilog(디지로그 :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투자회수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제작비' 이슈이다. 세상에 돈 잃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한 기업의 콘텐츠는 그렇게 돈의 논리 때문에 관심 대상에서 점점 지워져갔다.


5천 원짜리 연애 : 슬기로운(?) 연애생활

버추얼 이성친구 사업이 중국의 95허우, 00허우들 사이에서 핫하다. 빌리 빌리, 웨이보에서 버추얼 이성친구 서비스를 체험한 내용이 여러 KOL의 채널을 통해 공유되었고, 이제는 버추얼 이성친구 서비스가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로 진출 중이다. 사실 꼭 이 서비스가 남자친구 사귀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 밖에 버추얼 부모, 버추얼 신선(神仙 ; 신과 선인), 버추얼 스타, 버추얼 동물 등 버추얼 소셜 경제도 존재한다.


어떤 서비스일까? 서비스의 UX Flow는 어떨까?

Z세대들은 버추얼 서비스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을까?

중국의 Z세대를 겨냥한 성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어떤 서비스일까? 

"우리는 오빠/언니/형/누나가 대화 상대해 주기, 버추얼 연애하기, 연애상담, 게임 함께 플레이하기, 모닝콜, 재워주기, 학습 감독해 주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Taobao 상 '버추얼 남자친구'의 검색 결과

타오바오에서 제공하는 버추얼 서비스 들은 본인들의 서비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물론, '오빠/언니/형/누나'는 여러 가지 Tier로 나뉜다. 보통, 골드, 플래티넘(실제로는 镇店之宝의 镇店급이라고 소개) 및 신급 등 4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이 신급에 가까워질수록 서비스 비용도 비싼 것은 물론이다.


서비스의 종류는 텍스트 메시지만 보내주는 것도 있고, 라이브 음성 통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보통 등급의 라이브 음성 통화는 30분에 30위안이면 서비스 향유가 가능하다. 30위안이면 한화로 5천 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신급 남성의 라이브 음성통화는 이보다 2.5배 비싼 1.5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비용을 내고 나면 고객들이 위챗 단독방으로 초대되고, 이 단독방에서 일종의 '초이스'를 할 수 있다. 주로 여성 유저가 남성 유저를 초이스 하는데, 같은 등급 내에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을 초이스 가능하다. 남자친구의 유형에는 가부장적 오너형, 후광형, 점잔형 등이 있고, 고객들은 입맛에 따라 좋아하는 스타일을 골라 수다를 떨 수 있다.


서비스의 UX Flow는 어떨까?

처음 버추얼 남자친구라는 서비스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한 중국 미디어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서비스에 대해 조금 이해가 갔다.


중국의 스타트업 미디어 토중 왕(投中网)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위엔 위엔(源源)'이라는 버추얼 남자친구 서비스 제공 남성은 대학교 3학년이고, 2018년 연말부터 '말동무, 함께 놀아주기' 등의 알바를 뛰었다고 설명했다. '남신급'의 버추얼 남자친구(이하 '버남')인 위엔위엔씨는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1만 위안, 한화로 170만 원 정도 수입을 번다고 이야기했다. 주요 고객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이나 몇 살 정도 더 많은 여성일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끔 여성 고객들은 버남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버남들이 속해있는 위챗 단독방에서는 '누가 용돈을 더 많이 받았나'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기도 하고, 서로를 무시하기도 한다고 한다. 높은 등급의 버남이 되려면 일단 '거래액'이 많은 인기버남이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일단 중개업자에 속하는 타오바오 점포와 버남들은 각각 매출을 50:50으로 나누지만, 중개업자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더 많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버남들은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거래를 요청'하기도 하고 1회 서비스 제공 후 2회 차부터는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여행 가이드나 통번역가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함께 놀아주기' 등의 내용인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성들은 점점 더 점점 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어디 '말동무'나 '함께 놀아주기'가 쉬울까? 싶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성들의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Everything is “Vatualable"
버추얼 부모 서비스

재밌는 것은 중국의 Z세대들이 버추얼 서비스를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버추얼 부모 서비스(이하 '버부')를 보면 버추얼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부 서비스는 주로 고객들에게 따뜻하기도 하면서 엄격하게 학습 감독을 해준다. 버추얼 보살이 되어서, 수능시험을 앞둔 고객에게 좋은 성격과 합격을 기원하는 불경을 읊어줄 수도 있다. 더더욱 크리에이티브 한 사용법은, 버추얼 개구리나 버추얼 오리 등의 서비스를 사서, 지인들과 함께 있는 단독방에서 구성원들을 놀리고 괴롭힐 수도 있다.



게임해주기 혹은 게임 트레이너
비씬의 APP 랜딩페이지

실제로 '말동무' 경제 이외에 '함께 놀아주기' 경제는 엄청난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는 '비씬(比心)'이라는 게임 트레이닝 파트너 플랫폼이 존재한다. 비씬이 발표한 '게임 트레이닝 파트너 백서(游戏陪练摆谱书)'에 따르면, 2020년 2월에서 3월까지 비씬의 트레이닝 파트너 유저는 평소에 비해 1.6배에 이르렀고, 하루 평균 결제 트랜잭션이 2배로 늘어났다. 2019년 12월에 비해 유저 증가폭은 150%까지 늘어났으며, 2020년 1월 24일부터 2월 29일까지 유저들이 6천만 회 이상의 게임을 진행하였다.


비씬이라는 플랫폼은 C2C 형태의 트랜잭션을 중개해 주고 0~2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백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이미 150만 이상의 트레이닝 파트너들이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Full-time으로 일하면 평균 매월 7857위안 (한화 140만 원 정도), Part-time으로 일하면 2929위안 (한화 5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게임을 함께 해주는 사람에게 추가 소비를 하는 유저 중 2/3 이상은 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들이다. 중국 Z세대의 소비 관념을 기성세대를 앞서고도 남음이 있으며, 상상 이상이다. 비씬 플랫폼에는 1년 동안 남들과 게임을 함께 해주는 행위만으로 한화 5억 이상을 벌었다는 유저가 나왔을 정도이다.


비씬의 부총재가 언론사 인터뷰에서 발표한 내요에 따르면, 트레이닝 파트너 시장은 e-sports의 한 부류로 이미 연간 100억 위안(한화 1.7조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미 트레이닝 파트너 간의 양극화(유명 파트너와 일반 파트너의 수입 차이)가 일어나고 있는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오요yo(猫又yo)의 실제 트레이닝 파트너링 화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MCN들이 트레이닝 파트너들을 일종의 '왕홍'으로 분류하고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오요yo(猫又yo)'라는 20세 초반의 ID의 트레이닝 파트너는 라방을 하면서 파트너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틱톡에 이미 680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이 여성은 연 수입이 억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완다그룹의 2세인 왕쓰총이 '게임 트레이닝 파트너'로 본인을 소개한 포스터. 시간당 파트너링 요금은 666위안, 한화로 11.5만 원 정도이다. 출처 : 《游戏陪练白皮书》


현상 분석 : Z세대들은 버추얼 서비스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을까?
네이버 중국어 사전 : 陪伴 해석


페이빤(陪伴)이라는 중국어는, 동반하다 / 수행하다 / 동석하다 / 동행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페이(陪) : 모시다, 곁에서 도와주다는 의미

빤(伴) : 동료, 동반자, 반려, 벗, 짝 / 동반하다, 짝하다


중국 사회에서는 '파트너링 경제' 혹은 '페이빤 경제'라고 설명하는 버추얼 서비스는 결국 고독과 허영과 같은 Z세대의 상실감 때문에 성장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Z세대는 상대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지만, 실제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파트너링 경제'라는 사회현상을 돈을 주고라도 게임에서 이기고 (게임에서 져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싶어 하는 승부욕과도 관련을 자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유대감이 낮아지고 고독감을 많이 느끼는 사회에 살면서 '수시로 연락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었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는 부분에서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Z세대의 새로운 소비성향을 호불호를 판단할 순 없다. 나는 이런 새로운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주목적이 Killing Time이라고 할지라도, Z세대의 특정 잠재의식(허전함이나 외로움) 상의 부족을 달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친밀감을 느낌으로서 행복과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장성 : 중국의 Z세대를 겨냥한 성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나는 한 산업 군의 시장성을 판단할 때 자본시장과 대기업이 해당 섹터에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간접적인 분석 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들은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자본시장과 중국 IT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자이언트'들 사이에서는 이미 '버추얼 서비스' 시장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커머스 업계에서는 Taobao와 E-sports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Douyu뿐만 아니라 중국 최고의 VC인 세콰이어와 IDG도 업계 선점 대열에 합류했다.


비씬은 2015년에 론칭하여, 1년 후에 왕위왕카(网鱼网咖)로부터 5천만 위안(한화 85억 가량)의 엔젤투자를 받았다. 2017-2019년 사이에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심지어 2018년 IDG의 수십억 대 Series-A 투자유치에 성공한다. 비씬 플랫폼 상에서는 한국 시장에도 익숙한 'LOL(리그 오브 레전드)' 그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인기 있는 和平精英이라는 게임에서 본인이 원하는 성별과 등급의 트레이닝 파트너를 고를 수 있게 되어있다.


빠오지띠엔징(爆鸡电竞)은 2017년 세콰이어 캐피털이 리드한 Series-A 투자에서 Zhen Fund와 Morningside로 부터 4,500만 위안 (한화 약 78억)을 투자 받았다. 물론, 현재 빠오지띠엔징은 다운로드가 불가한 상황이지만, 데이터의 이력을 봤을 때 아무런 마케팅 없이 가입 유저 수는 120만 회를 상회했고, MAU가 60만 이상이었다. Tencent 게임의 역작인 왕자영요(王者荣耀)라는 한 가지 게임에서만 1만 회 이상의 파트너링이 성사되었었다.


Taobao 측에서 '트레이닝 파트너' 플랫폼을 론칭한 뒤, e-Sports 업계의 강자인 후야(虎牙), 더우위(斗鱼) 등에서도 동일 플랫폼을 개발해서 e-Sports 업계 자이언트들끼리 경쟁도 한창이다.




내가 GD 홀로그램 공연에서 엿봤던 '버추얼 콘텐츠'의 시장 기회는 좀 다른 형태이지만 우리와 천천히 친숙해지고 있다. 요즘은 중국의 빠르고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한국 시장에 접목하는 일에 관심이 많이 간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유사한 콘텐츠가 등장할까?


* 중국 Z세대 연구소 매거진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정보로 여러분의 중국 Z세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드립니다. 혹시 중국 Z세대 관련된 질문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질문이 중복될 경우 하나의 포스팅 형태로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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