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아도, 병원은 한국에서

by 아비앙또

한국에 왔다.

외국에 살아도 병원은 한국에 휴가 나왔을 때 한꺼번에 투어하면서 간다고들 하지 않나, 나도 1년 동안 못 갔던 병원들을 가봐야 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동안 못 읽었더니 한글로 된 책이 그리웠나 보다. 집 책꽂이에 있는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어 보는데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인다. 그동안 책을 안 읽어서 눈이 침침해진 걸까. 어른 성경책은 글자가 아예 눈에 안 들어온다. 이상하다, 이전에는 잘만 보였었는데.


아이들 안과 검진 간 김에 나도 진료를 보기로 한다. ‘어머니, 원래 눈이 좋으신가 봐요?’ ‘네, 그런 편이죠’ ‘노안이 빨리 왔네요’ 헙,, 노안이라니, 끝자락이지만 아직 30대라고요 ~ ㅠ_ㅠ 프랑스는 집 조명도 어둡고(분위기 중시하는 문화?), 어두운 데서 살다 보니 내가 이렇게 됐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실제로, 내 지인 남편은 남색과 검은색 양말을 짝짝이로 신었는데 회사 가서 알아차렸다고. 양말 개킬 때도 안 보이는 상태로 하는 거다. ㅎㅎ




프랑스에서 치과 가려고 고생했던 일이 생각났다. 신규 환자는 안 받아서 예약하려면 보통 한 달 대기가 기본이다. 인터넷에도 임플란트를 잘못해서 다시 했다는 둥, 미용은 전혀 신경 안 쓰고 꿰매어서 한인 치과를 찾아가야 한다는 둥 겁먹을 소리가 가득하다.


둘째 아이의 흔들리는 이 뒤로 새로운 이가 자라고 있어서 빨리 빼줘야겠다 싶어 어렵사리 전화 예약에 성공했다, 그것도 일주일 뒤로, 그 사이에 이 빠지겠어. ㅎㅎ 전화 예약도 겨우 해주는 데 사연은 이렇다.

- 병원 왜 오녜서 이 뽑으러 간다니까 / 흔들리면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냐구 / 뒤에 새 이가 난다니까? / 마찬가지라고 / 그래도 원하면 예약은 해주겠다 / 그럼 해 줘


와, 과잉진료의 반대말이 뭐더라 ㅎㅎ 경험해 보지 못해서 단어도 모르겠다.


진료받으러 간 날. 의사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 다 튼튼하니 이제 가란다.

- ?! 흔들리는 이 뽑으셔야죠, 선생님 ! / 그냥 두세요 ~ / 뒤에 새 이가 나고 있어요 ! / 그냥 두세요 ~


안 뽑아 준다는데 방도가 있나. ㅎㅎ 그렇게 진료비만으로 25,000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한국이라면 5,000원 받았을까?)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두지 왜 병원을 오냔다 ㅎㅎ 아 그게 말이죠, 이것도 '빨리빨리' vs. 자연미를 추구하는 두 문화의 다름일까. 피부과도 우리나라만큼 잘 되어 있는 데가 없어서 해외에 사는 친구들은 피부과 때문에 귀국하기도 하는 것 같다. 솔직히 재외국민들은 외국에서 생활하니 세금은 외국에 다 내고 한국에 휴가 나와서 국내 건강보험 혜택만 누리는 걸 보면, 국내법을 손봐야 한다고도 생각했으나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프랑스 치과 사진이다. 자동차 내비 따라가다가 가정집이 나와서 놀랐었는데, 마음부터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가기 싫은 곳이 병원이라지만 이런 느낌의 병원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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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 새치 한가닥을 발견했다. 꺅, 나 지금 스트레스받고 있는 건가 싶어 슬펐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자연을 추구하는 프랑스였다면 그 한가닥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달랐으려나. 한국에서는 선크림 바르고, 선글라스에, 양산에, 햇빛을 피하기 위한 각종 패치며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기미와 주근깨를 없애기 위한 시술이 성행하는데, 프랑스인들은 정작 무심하다. K뷰티? 한국인들 피부 좋은 건 맞지만 그만큼 신경 써서 그래여. ㅋㅋ 아플 때, 어쩌면 아프기도 전에 병원 가고 원하는 시술 받기엔 한국만큼 좋은 곳도 없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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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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