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꿈을 꾼다.
대부분 악몽이고, 그 배경이 상당 부분 고등학생 시절이다.
패턴도 매번 비슷하다.
시험이 있고, 난 준비가 덜 됐다.
초조하게 책을 펴 공부해 보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없다.
수많은 공식이 종이 위에 쓰여 있지만, 그리고 그걸 읽어 보지만, 활자들은 흩어지듯 어지럽게 혼란만 일으킨다.
우왕좌왕 다른 페이지를 뒤적거려보지만, 어떠한 공식 하나도 머릿속에 넣어둘 수가 없다.
결국 풀 수 없는 시험 문제 앞에 앉아야 하고, 너무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잠에서 깬다.
눈을 뜨고 모든 게 꿈이었단 걸 알았을 때, 안도감이 밀려온다.
자주 경험하면서도 그 안도감 앞에 마음의 여유 따윈 없다.
꿈이었단 게 마냥 행복할 뿐이다.
그 지방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애들은 다 아는 명문고를 나왔다.
아침 조회시간부터 영어 듣기 시험을 보고, 점심시간의 반도 영어 듣기 시험에 할애해야 했다.
야간 자율학습은 밤 12시 반까지.
기숙사 학교라서 하굣길이란 것도 없었다.
밤 열 시부터 딱 20분 쉴 수 있는 시간에, 티비를 볼까,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할까, 망설이는 게 가장 행복한 고민이었던 시절.
누군가에겐 언제나 그리운 학창시절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는 악몽으로 자리 잡은 시절.
죽어라 공부했던 '수학 1'의 공식들을 수능 끝나고 일주일도 안돼서 다 잊어버렸다.
수능에서 2등급은 나올 정도로 수학 성적이 나쁘진 않았는데, 진짜 일주일도 안돼서 다 잊어버렸다.
머릿속에 억지로 가두어 두었던 공식들을 해방시켜 보내버리듯 순식간에 다 잊어버렸다.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었던 거 같다.
더 이상 그딴 공식들 앞에 쩔쩔매며 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억지로 다 잊어버렸던 거 같다.
하지만 또 연이어 눈앞에 쓰여지는, 그리고 따라야 하는 공식들.
학점과 인간관계, 영어, 취업.
하.
더 이상 하기 싫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대학교를 자퇴해 버렸다.
졸업 1년 앞두고 그랬다.
분명 자퇴를 결정했을 땐, 마냥 후련해질 줄만 알았는데.
난 오늘 꿈속에서도 어지럽게 흩어진 공식들 앞에절망해야했다.
그리고 매번 그랬듯 그 어떤 공식도 머릿속에 다시 넣어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