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기도

by 남은

외갓집 어른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 있었다.

너희 세대는 복 받을 것이다.

기독교 믿는 집안의 4대째는 다 복 받는 다더라.


외할아버지가 목사님이셨고, 외증조할머니부터 기독교 신자셨으니, 내가 딱 4대째 아멘을 속으로 되뇌는 세대이다.

그래서 나는 외갓집 어른들 말대로 복 받으며 살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키를 키우고 살을 찌웠다.


하지만 외갓집 어른들은 자기 자식들이 사춘기를 지나 스물을 넘기고 언젠가 어른이 될 거란 걸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신 거 같다.

그들이 말하는 복엔 물질과 명예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어떤 사람도 어른이 된 이후부터는 그 두 가지에 만족하며 살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신 것 같다.

지금 외갓집 어른들에게 우리 기독교 집안 4대째 아이들이 진정 복 받으며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 복이란 게, 그들의 전성기에 어울리는 허세는 아니었는지 의심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그들을 우리에게 허황된 희망을 줬다고 비난하고 싶은 건 아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겪는 고난의 원인을 부족한 신앙심이라 속닥이고, 또 언젠가, 언젠가 그 복을 받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에 젖어 있는 게 불만인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들의 허세에 어울리는 수준 또는 그들의 가치관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대변하고 싶은 것이다.


난 결국 교회를 가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아흔을 넘기신 외할아버지의 손 아래 기도받는 걸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긴다.

그 기도가 아흔 넘은 노인의 허세가 아님을 분명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도가 그의 진실된 소원이고, 그가 우리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정신임을 분명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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