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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Mar 30. 2018

03 : 週

プレゼント

: 선물


후지이상에게 줄 선물은 한국말 성경책, 공항 서점에서 샀다.

후지이상이 목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준비한 거였는데, 알고 보니 목사가 되려고 생각했던 것뿐, 결국 되지 않았다고.

카사다 목사님에겐 우루사, 최근 몇 년 전까지도 건강이 안 좋으셨단 이야기를 듣고, 영양제가 좋을까 싶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되찾으신 것 같다.

사모님, 카오루상에겐 호떡 믹스와 유자차, 지난번에 한국에 오셨을 때, 호떡 믹스를 사 가셨던 게 기억나서 준비했다.

유자차는, 5년 전, 좋아하신다고 몇 번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우이코상에게 박민규 작가의 '핑퐁'이란 소설책을 주었다.

따로 나한테 사달라고 부탁했던 책인데, 선물로 드리겠다 했다.

마리아에게는 춘장과 불닭볶음면, 뭐 사다 줄까 물어봤을 때, 말해줬던 거다.

마리아의 딸, 쿠레아짱에겐 신발을 선물했다.

반스의 하늘색 애기 신발.

마리아 말로는 쿠레아짱의 첫 번째 신발이라 한다.

그리고 5년 전, 도쿄 여행 때, 비행기 값도 내주시고, 묵을 곳도 제공해 주셨던 마리아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선물로는 한국 전통 된장을 준비했다.

곧 도쿄 지역으로 가시는 카오루상에게 전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하나 더 가져온 된장은, 본래 5년 전, 후라노 놀러 갔을 때, 집에 초대해준 후지이상 어머님에게 드리려고 했던 건데, 갑작스레 오오즈미상 집에 초대받아서, 오오즈미상에게 드리는 걸로 바꿨다.

후지이상 어머님 선물은 나중에 후라노 가기 전에 따로 또 준비해야겠다.

디저트 공장에서 알바할 때, 많이 도와주었던 에가미상에게는 면세점에서 산 백세주를 드리려고 했는데, 이번엔 마리아가 집에 초대해줘서, 우선 백세주는 술 좋아한다는 마리아 남편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에가미상 선물도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이외에 교회 예배 후, 모임 때, 다과로 사용하라고, 찰떡파이와 쌀과자, 보성녹차 티백도 사 왔다.

본래 티백은 5년 전 다녔던 일본어 학교 선생님들에게 주려고 샀는데, 일본어 학교에 갈 일이 없을 거 같아서 그냥 교회에 가지고 갔다.




スタ-バックス

: 스타벅스


밤 7시 반쯤, 우이코상과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이코상이 직접 차를 끌고 우리 마을까지 온다고 해서, 어디서 보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중, 며칠 전 가보았던 스타벅스가 문득 떠올랐다.

스타벅스 앞에 주차장도 있고, 우이코상이 저녁밥도 먹고 온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면 딱일 거 같았다.

여자친구와 난 저녁을 먹고 7시쯤 밖으로 나왔다.

스타벅스까지는 걸어서 10분 안 걸린다.

우이코상은 오다가 길을 헤매어서 생각보다 좀 늦게 왔다.

아직 일본인들과 대면하는 게 어색한 여자친구는 누군가 오는 기척만 있어도 살짝씩 놀랐다.

우이코상 첫 이미지가 좀 도도하달까, 실제로는 도도하면서도 무척 다정하지만, 그런 첫 이미지가 여자친구에겐 어렵게 느껴졌나 보다.

우이코상은 나에겐 은인이다.

5년 전, 일본어가 아직 입에 붙지 않았을 때, 한국어를 잘했던 우이코상에게 정말 많을 걸 배웠다.

머릿속에서 이해 안 되던 일본어를 한국어로 술술 풀어주었다.

또 삿포로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도 시켜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다.

역사 전공자인 내가 보면 좋아할 거라고, 야산 속, 홋카이도 원주민들의 스톤헨지를 보여준 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다.

우이코상도 역사나 한국의 민속적인 것에 관심이 있어서 서로 많은 이야기가 통했다.

이번에도 지난 5년간 또는 그전에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비교적 포괄적이면서 난해하고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한국의 정치상황, 한국인들의 독서량, 대만인들의 자유분방함 같은 이야기.

10여 초 정도도 끊임없이 밤 10시 넘어서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이코상도 나도, 서로 외국어를 쓰다 보니, 슬슬 몸이 지쳐가서야 이야기를 마쳤다.

옆에 긴장하며 앉아있던 여자친구는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를 일본어, 한국어로 번갈아 들으면서, 고독하게 지쳐가고 있었다.

우이코상이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 저런 말, 건네며 대화 속으로 이끌어 오려고 했지만, 역시나 관심 주제가 맞지 않았는지 한두 마디 후 자연스레, 내가 갑작스레 내던진, 한국인들의 남들 시선에 사로잡혀 사는 생활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렸다.

나중에 집에 와서 여자친구에게 그런 이야기 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냐는 핀잔을 들었다.

가끔 하니까 재밌는 거지, 매일 하면 힘들지, 나도.


                          

                                                                                                                     

スパゲッティ

: 스파게티


본래 약속시간은 12시 반이었다.

점심 식사를 각자 하고, 12시 반에 고토니 교회에 모여서, 오오즈미상 집으로 가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오즈미상 남편분이 점심을 해주시다고 하셔서, 30분씩 당겨, 12시에 고토니 교회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오즈미상 남편분은 고토니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시다.

교회를 다니시진 않지만, 5년 전, 오오즈미상 집에 오차수업을 받으러 갔을 때, 잠깐 만나 뵌 적이 있다.

그림도 잘 그리셔서, 집안에 오오즈미상 남편분의 스케치 액자가 가득하다.

요리도 잘하시나 보다.

직접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시겠다고, 일찍 부르신 거다.

오오즈미상이 다른 요리는 몰라도 스파게티 하나는 남편분이 수준급이라고 하셨는데, 먹어보니, 강한 맛은 없으면서도, 입안 가득 고소해지는, 아주 담백하게 맛있는 스파게티였다.

비록 양이 좀 많아서 여자친구가 남긴 스파게티까지 먹느라 곤욕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작은 접시에 따로 나온 샐러드도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본래 목적이었던 오차수업을 받았다.

5년 만이라 다 까먹었다.

손님 역할도 해보고, 오차 만드는 역할도 해보고, 다소 나긋한 시간이지만, 외국인에겐 이만큼 흥미로운 시간도 없다.

'오테마에 죠다이 이따시마쓰'

오차도 오오즈상 남편분의 스파게티만큼 깊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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