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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Apr 15. 2018

05 : 週

サンドイッチ

: 샌드위치


여자친구는 여행책자에서 소개하는 명소, 맛집 이름에 펜으로 체크하는 재미에 빠졌다.

약간 희열을 느낀단다.

여기 가본 데야, 여기도 체트해야지.

그래?

여자친구가 눈치 보며 물어본다.

샌드위치 먹을까, 가보고 싶은데 있는데.

속으론 라멘이나 규동을 먹고 싶었지만, 배고프니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을 거 같았다.

그래. 좋아.

지하에 깊숙이 숨어있던 샌드위치 가게 계단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리가 생겨 들어가 보니, 한국인들도 몇 보인다.

여자친구는 연어와 후르츠(?), 난 새우튀김과 분쇄 소고기 샌드위치를 먹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존맛.




三枚肉

: 삼겹살


마트에 가면 여자친구와 따로 돌아다닌다.

여자친구는 주로 과자, 음료, 도시락 코너를, 나는 전체적으로 쭉 둘러보며 머릿속에서 요리 시물레이션을 해본다.

세끼는 꼭 챙겨 먹는다.

늦게 일어나서 점심 먹고, 나중에 배고프면 저녁, 그리고 늦은 밤에 간식.

한 달여 지나면서 만들어 본 요리 가짓수가 제법 늘렸다.

여자친구는 토스트, 스크램블, 계란말이 담당.

난 김치찌개, 수제비, 카레, 스파게티, 우동, 함박, 연어구이, 볶음밥 등.

간식으로, 여자친구는 주로 과자나 달짝지근한 디저트, 나는 짭짤 푸짐한 안주를 먹는다.

서로의 간식을 번갈아 먹으면서 졸릴 때까지 다운받은 드라마나 예능을 본다.

요즘엔 하트시그널에 푹 빠졌다.

다운 받는 동안 삼겹살을 구워 왔는데, 아직도 다운중이다.

참지 못해, 한입 먹어보고 감탄한다.

역시 고기는 내가 잘 구워, 얼른 다운 받아져라.




すき焼き

: 스키야키


마리아 집에 초대받았다.

샤브샤브 먹을래, 스키야키 먹을래, 선택하라 해서, 안 먹어본 스키야키를 먹자고 했다.

난 맥주와 콜라, 그리고 한국에서 사 온 백세주를 가지고 갔다.

마리아가 지하철 역까지 마중 나와 줬다.

역에서 집까지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같이 아는 사람 뒷담화를 까며 걷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마을은 내가 사는 마루야마보단 비교적 한적한 곳이었다.

마리아 집은 건물 4층,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유리창 너머 엄마를 본 쿠레아 짱이 격하게 유리창을 두드리며 환영해 주었다.

여자친구는 쿠레아짱 팬이다.

진짜 귀엽다.

다른 애기들한테 미안하지만, 진짜 뭔가 특별하게 귀엽다.

마리아 집은 쿠레아 짱 때문에 여기저기 모서리마다 푹신하게 안전장치를 해둬서 좀 너저분한 느낌이었지만 일반 일본 사람들 집처럼 아기자기하니 차분했다.

오자마시마쓰. (실례하겠습니다.)

마리아 남편 타카츠 상은 인사 겸 집 구경이 끝나자마자 캔맥주를 따서 컵에 따라주었다.

그리고 바로 스키야키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캔맥주 몇 개 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쿠레아 짱 재롱도 보면서 한두 시간 지나고 나서야 마리아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스키야키는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였다.

전기 냄비에 버섯, 두부, 야채 등 다양한 재료를 썰어 넣고, 스키야키용 타레(소스)를 조금씩 넣어서 수프를 만들면, 거기에 돼지고기를 삶아서 먹으면 됐다.

캔맥주는 내가 사 온 것 말고도, 냉장고에 있던 것까지, 나중에는 편의점에서 타카츠상이 더 사 와서까지 마셨다.

스키야키 맛은 최고였다.

이번에 일본와서 먹은 음식중에 가장 고급진 음식이었다.

내가 가지고 온 백세주 맛도 보고, 타카츠 상이 아일랜드 위스키까지 꺼내와서 마시는 동안, 여자들은 술 한잔 안 하고 술 취한 남자들을 놀리면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시디 음악을 듣고, 시간은 돌아가기로 한 밤 10시를 넘겼다.

밖은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4월인데 역시나 삿포로는.

집 돌아가는 길, 함박눈 맞으면서 여자친구한테 술 너무 많이 마셨다고 혼났다.

타카츠 상도 마리아에게 혼났을 거 같다.

타카츠 상은 빨래걸이를 무너뜨리고, 쿠레아 짱 장난감을 밟아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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