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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May 17. 2018

09 : 週

お花見

: 꽃구경


삿포로에선 5월에 벚꽃이 핀다.

며칠간 마루야마 공원 내에서 화기 사용이 허용된다.

야타이(포장마차)도 운영한다.

사람들이 붐비고, 꽃날이 흩날리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5년 전, 이곳을 떠날 때, 어쩌면 다시는 오지 못할 거라 여겼다.

지금 또다시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 보고 있는 삿포로의 벚꽃이 나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전과 다르게 이젠 젊은이란 명분이 거의 다 소진되어 얼마 남아있지 않다.

가능성이 적다.

 



お金

: 돈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시급이 다른데, 홋카이도 최저시급은 810엔이다.

난 시급 900엔을 받는다.

나쁘지 않다.

매달 15일 월급이 나온다.

달마다 7만 5천엔 정도 받을 거 같다.

월급 6만엔 이상이면 워킹홀리데이 1년 동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었다.

별개로 한 달 교통비, 만엔이 나온다.

지하철로 왕복 580엔, 한 달 동안 16일에서 18일 출근을 하니까, SAPICA(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0퍼센트씩 적립되고, 주말에는 하루 지하철 이용권이 520엔이어서 이득이 남을 듯하다.




お客

: 손님


지금까지 했던 알바 가짓수를 따져 보니, 열하나였다.

이번 면세점 알바까지 포함시키면 열둘이다.

우연찮게 열두 알바 각각, 굳이 종류를 구별하자면 다 따질 수 있을 정도로 겹치는 게 없었다.

과외, 주방, 서빙, 학원, 편의점, 패스트푸드, 인쇄소, 영화관, 영사실, 인솔강사, 공장.

그리고 이번엔 판매다.

여행 온 사람들이 평소에 쓰지 않던 돈을 여유롭게 풀어내는 면세점.

사실, 여러 알바를 경험하다 보니, 어떤 손님을 대하는 일인가 하는 건 이제 중요치 않다.

천원짜리 음료수를 사는 손님도, 만원 짜리 햄버거를 사는 손님도, 여행 와서 여유로운 마음을 풀어내는 손님도, 결국 또 다른 어딘가에서 음료수를 사고, 햄버거를 사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다.

어딜 가든 그 손님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고, 어디에서든 그런 손님 같은 사람 하나씩은 온다.  

결국 중요한 건 손님들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누군가이다.

그건 열두 알바 각각 다 달랐다.

보스에 따라서도 다르고, 어떤 옷을 입고 일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같이 일하는 사람 수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곳에서는 인정받았고, 어떤 곳에서는 욕을 먹었고, 어떤 곳에서는 기분 좋게 그만두고, 또 어떤 곳에서는 싸운 뒤 그만두기도 했다.

새롭게 자리 잡은 열두 번째 일자리, 사후면세점은 나에게 어떤 곳으로 남게 될까.

이미 어느 정도 감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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