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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Jun 01. 2018

10 : 週

ワンピース

: 원피스


만화 원피스 팬이다.

단행본, 신권이 나오면 사서 보는 정도랄까.

20년 넘게 이어져온 이야기 속 복선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 중에서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정도?

여기 와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월요일마다 출간되는 ‘소년 점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거다.

사서 보진 않고, 편의점에 가서 딱 원피스 부분만 보고 온다.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3년여 전에 도쿄 아키하바라에 가본 적이 있다.

다른 볼거리도 많았지만, 날 가장 흥분시킨 건 원피스 피규어들이었다.

본래 살 마음이 없었는데, 결국 하나 사고 말았다.

나머지 수많은 원피스 피규어들, 내 것이 되지 못하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번에 삿포로 올 때도 조금 기대했다.

아키하바라는 아니더라도, 나름 일본이니까 원피스 관련 매장이나, 피규어 전문 매장 같은 것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런데 원피스 관련 매장은 과한 욕심이었고, 피규어 매장 조차 없었다.

물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찾아본 결과 없다.

애니메이션 굿즈 매장은 있는데, 반은 내가 모르는 캐릭터들로 그냥 구경거리 정도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삿포로역 근처 이스타 백화점에서 원피스 전시회가 열렸다.

삿포로역 광고판 여기저기 포스터가 붙여져 있을 정도로 홍보도 거하게 하고 있었다.

반드시 가봐야지, 기대치가 높았다.

원피스에 전혀 관심 없는 여자친구는 스타벅스에 보내 놓고, 혼자서 이스타 백화점 꼭대기 층 전시회장으로 갔다.

입장료는 800엔, 원피스 앞에 이깟 돈이 아까우랴.

원피스 마크가 크게 박힌 입구가 보이자, 조금 두근거렸다.

전시회는 원피스 일러스트 작품들이 주를 이룬 듯했다.

코너 한번 돌고, 일러스트, 또 도니, 일러스트와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책상, 또 도니, 응?

끝이었다.

뭐, 주인공인 루피 피규어 하나 없이, 상상했던 대형 피규어 그런 건 욕심이었나.

다 둘러보는데, 5분도 안 걸렸다.

아까워서 다시 입구 쪽으로 들어가, 다시 봤다.

진짜 일러스트들과 책상이 다였다.  

물론, 800엔에 500엔을 더하면, 오다 에이치로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었는데,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안쓰러운 정도로 허접했다.

아, 800엔.

허탈한 마음으로 여자친구가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가는데, 쉽게 못 찾았고, 왜 못 찾냐고 핀잔을 주는 여자친구에게 괜히 짜증을 냈다.

아, 원피스가 날 실망시키다니.  

 



女性向

: 여성향


시간 때울 곳이 필요했고, 애니메이트에 가보기로 했다.

애니메이트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굿즈를 파는 곳이다.

애니메이트는 건물 2층이었고, 그 외에 지하부터 4층까지 쭉, 애니메이션과 만화 관련 각종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 카드 같은 거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 여성향 만화만 파는 곳, 코스프레 용품을 파는 곳 등.

나름 일본에 여러 번 다녀와 본 사람으로서, 낯설진 않으면서도, 여전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저런 게 팔리니까, 이런 땅값 비싼 도시 중심지에 자리 잡고 가게를 운영하는 거겠지.

특히 여성향 만화 가게는, BL 위주로, 남자들끼리 사랑하는 내용의 책들이 대부분인데, 가게에 서너 명은 돌아다니면서 어떤 걸 살까 고민하고 있었다.

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성의 바탕으론,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당당하게 사고팔고 한다는 게, 그냥 신기하게 느껴진달까.

한편, 성인만화 코너에 가봤을 때,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뭘 살지 고민하고 있는 걸 봤는데, 몇 분 뒤에 분위기가 전혀 다른 평범한 서점에서 다시 그 남자를 보고, 여기가 더 잘 어울리네라는 생각을 흘리며,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엄청 달라 보이는구나, 새삼스레 느꼈다.  




アベンジャーズ

: 어벤저스


네이버 검색이고 뭐고 여기저기 어벤저스로 난리였다.

제법 스포를 당했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토르:다크월드'와 '엔트맨'을 제외하고는 '아이언맨1' 이후 만들어진 마블 영화는 다 영화관에서 봤다.

그중에 하이라이트인 '인피니티 워'를 극장에서 못 본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그저 나를 망설이게 했던 거, 일본의 비싼 영화 표값이었다.

보통이 1800엔이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이후로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할인받아서 볼 방법들을 알아냈다.

이제 언제 갈지 날짜만 정하면 됐다.

그러다 우연히 시간이 나서 영화관을 가봤는데, 그 날이 딱 수요일, 남자들은 전부 1000엔에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이제 여자친구만 할인받을 수 있으면 고민 말고 보려 했는데, 마침 그날 여자친구가 재류카드를 안 가지고 와서, 계획했던 유학생 할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영화관 스탭이 어떻게든 도와주려 해보았지만, 결국 할인이 어렵다는 답을 받아왔다.

스탭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영화 보시려고요?

아벤쟈아즈데쓰.

아, 그럼 됐네요, 그 영화라면 지금 야간 할인이 돼요.

8시 이후 상영하는 영화는 야간 할인이 됐다.

마침 다음 아벤쟈아즈 상영이 8시 이후였다.

얏따.

그럼 난 1000엔에, 여자친구는 13000엔에 볼 수 있다.

일본 자막이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내용 이해를 거의 못해서, 집에 돌아와 내용을 다시 다 검색해 볼 수밖에 없었지만,  어찌 됐든 대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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