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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Jun 26. 2018

13 : 週

いつか、行ってみよう。

: 언젠가, 가보자.


제법 시간이 흘렸다.

사람 키 높이까지 쌓였던 눈이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고, 금세 여기저기 벚꽃이 피었다가 지더니, 어떤 날엔 더워서 반팔로 돌아다니고 있다.

그렇게 흐른 시간만큼 있었다가 사라지는 것들도 많지만, 반대로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는 것들도 있다.

여자친구와의 약속.

언젠가, 여기 가보자.

언젠가, 저기서 먹어보자.

언젠가, 이거 사줄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으니까, 그치?


    

 

そば

: 소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 지나칠 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다.

건물주일까, 아니면 맛에 정말 자신이 있는 걸까, 하루 딱 4시간만 영업하는 소바 집.

집에서 지하철 가는 길에 있던 터라 매번 보게 되는 간판이지만, 좀처럼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여자친구나 나나 한가롭던 어느 점심시간,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그 소바 집이 떠올랐다.

근데 너 소바 싫어하잖아.

아니, 나도 궁금해, 먹어 보자.

문 연 시간인데도 진짜 영업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적한 공간에 조그마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가게, 안은 그저 평범했다.

테이블은 세 개, 그중 한 테이블은 혼자 온 손님으로 차 있었고, 주방 앞 바 테이블은 우리가, 나머지 한 테이블은 우리 뒤에 바로 들어온 아저씨가 차지해, 바로 만석이 됐다.  

인적 드문 길가의 가게인데도 나름 만석이라, 기대감이 한층 더 올랐다.

오랜 고민 끝에, 여자친구는 텐푸라 냉소바, 난 따뜻한 소고기 소바를 시켰다.

옆 손님 입 안으로 후루룩 감겨 들어가는 냉소바가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 난 찬 음식에 약하다.

어차피 양 적은 여자친구가 남길 거기 때문에 맛 정도는 볼 수 있겠지.

서빙해주시는 아줌마가 매우 친절하다.

점잖아 보이시는 요리사 아저씨도 고즈넉한 가게에 아주 잘 어울린다.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맛은 한 끝 차이로 다른 가게보다 좀 나았다.

어마 무시하게 맛있진 않았지만, 평소보다 돈 좀 들인 점심치곤 후회스럽지 않은 정도랄까.

예상대로 여자친구가 음식을 남겼다.

세 젓가락 정도 남은 것 중에 배불러서 두 젓가락만 먹어본다.

여기 맛있네, 맛있어, 가끔 오자.




中島公園

: 나카지마공원


벚꽃이 피던 시기, 여자친구는 나카지마 공원을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교통비가 들고, 집에서 가까운 곳인 마루야마 공원에서 벚꽃은 충분히 볼 수 있었기에, 다음에 가보자는 말로 어물쩍 넘겼다.

그러다 벚꽃은 이미 진지 오래인 한가한 날, 최근 너무 집 주변만 돌아다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먼저 여자친구에게 나카지마공원에 가보자고 했다.

이런 비슷한 상황 때마다 반응은, 진짜?, 또는, 웬일?

여자친구는 그러면서 바로 나카지마 주변 카페를 검색해 본다.

얼굴에 즐거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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