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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Jul 05. 2018

14 : 週

北海道大学校     

: 홋카이도대학교


홋카이도대학교 캠퍼스는 나를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게 만들었다.

웬만한 공원보다도 산책하기 좋은 캠퍼스다.

알바를 마친 피곤한 몸으로, 캠퍼스 내를 제법 걸어 다녔는데도 너무 좋았다.

날씨도 좋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불었다.

5년 전, 삿포로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 한 번도 홋카이도대학교 와보지 못했다.

홋카이도대학교뿐만 아니라, 교통비 아껴야 하는 궁핍한 생활에, 다른 많은 곳도 못 가봤지만, 그때 왜 와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든다.

어쩌면 그때 홋카이도대학교에 와봤다면 내 목표가 이 캠퍼스에서 학생으로 생활해 보는 걸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곳이다.

 



ジンギスカーン

: 징기스칸


삿포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얼른 떠오르는 것들이 스프카레, 대게, 그리고 징기스칸이다.

삿포로에서는 흔하디 흔한 음식들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삿포로를 벗어나면 먹기 힘든 것들이다.

5년 전에 스프카레는 비교적 저렴해서 먹어봤지만, 대게랑 징기스칸은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와서도 우선 대게는 너무 비싸서 보류하고, 징기스칸 정도는 언제 먹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삿포로 역전에서 열린 징기스칸 축제와 마주쳤다.

징기스칸은 솥뚜껑 같은 철판 위에 숙주나물 등 야채와 함께 양고기를 구워 먹는 음식이다.

주최 측에 돈을 내고 야채와 철판을 받아서, 행사장 내 테이블에 자리 잡아 구워 먹는 그런 축제였다.

양고기는 간이 시장처럼 늘어선 점포에서 따로 사야 한다.

질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고기 비주얼에, 맛이 있을까, 살짝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축제니까.

어떤 축제든 지나가면 또 내년에야 찾아오고, 내년엔 분명 내가 이곳에 없을 거니까.

먹어보기로 했다.

행사장은 제법 사람들로 붐볐다.

혼자 와서 먹는 사람도 있었다.

먹는 방법을 잘 몰라서, 대충 눈치껏 옆 테이블을 보고 따라 구웠다.

야채가 흐물흐물해지고, 고기도 어느 정도 다 익은 거 같아, 한 젓가락에 고기랑 야채 듬뿍 집어서 소스에 찍어 먹어본다.  

맛있네, 맛있어.

비록 싸구려 고기이긴 하지만, 이렇게나마 징기스칸이란 걸 한번 먹어본다.




誕生日

: 생일


5년 전, 마리아의 이미지는 발랄하고 솔직한,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예의와 격식 차리기 좋아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는 않는 것 같은.

한국에 유학 왔을 때, 내가 직접 알바를 구해줬지만,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 하루 만에 당당하게 그만 둘 줄 아는, 당찬 성격을 가진 친구였다.

나보다는 두 살이 아래고, 처음 만났던 시절, 나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입장이었던 터라 이런저런 잔소리 섞인 말투로 대하다 보니, 그냥 어린 친구인 줄만 알았는데, 그 사이 시간이 제법 차곡차곡 쌓였는지, 어느새 돌잡이를 해야 할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

말투는 예전처럼 솔직담백하지 못하고, 자기 위주의 당찬 성격 속 단어들은 아이를 위한 단어들로 대부분 바뀌어 있다.

굳이 엄마라는 역할을 떠나서 이제 한 가정의 큰 축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매우 건설적이고 현실적이다.

가수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5년 전에 비해 더욱 드러내기 부끄러워한다.  

이제 그런 것보다도 귀여운 자신의 딸이 더욱 주목받기를 바라는 듯, 자신의 개성은 드러나지 않게 뒤로 숨긴다.

타인으로서 바라봤을 때, 아쉽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견스럽고, 한편 존경스럽다.

이젠 내가 마리아보다 훨씬 더 어려져 버린 것만 같다.

나는 그저, 철없이, 또는 계획 없이, 또는 책임감 없이 너무 어리게만 살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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