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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Jul 18. 2018

15 : 週

大学祭

: 대학교 축제


대학교 축제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낫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렇다.

기대하고 가봤던 홋카이도 대학교 축제는 실망이었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는 한마디로 너무 허접해 보였다.

웬만하면 한 가지 정도는 사 먹어보려 했지만, 전혀 내키지 않았다.

홋카이도 대학교의 아름다운 캠퍼스 잔디밭 위에서 요상한 춤을 추는 여자가 가장 볼만 했고,

(내가 괜히 부끄러웠다.)

훈도시만 입은 남학생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을 때는 귓속말로 욕을 했다.




ホームシック

: 향수병


집을 그리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삿포로에 온 지 세 달이 지나가는 중에도 집에 전화 한번 안 했다.

향수병 같은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어떡하면 이 곳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굳이 향수병이라 할만할 걸 찾자면, 한국에서 자주 찾아갔던 맛집들이 좀 그립다.

막 먹고 싶어서 힘든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맛을 상상해보면 침이 고인다.

특히 순대국밥과 짬뽕.

짬뽕은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한다.

순대국밥은 아직까진 먹을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양식을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눈 여겨 놓은 수제버거 집에 가봤다.

한 입 베어 물곤, '아이 엠 버거'(홍대에 있는 수제버거집)보다 못하다, 수제버거는 아이 엠 버거에 가는 걸로.

여기서 거길 어떻게 가.

한국 돌아가면 말이야.




遅刻

: 지각


일어났는데, 기분이 싸했다.

8시 반까지 출근인데, 8시 40분에 일어났다.

바로 매장에 전화했다.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혼잣말로 욕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안 그래도 일도 어리바리 못해서 밉상 보이던 중에,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힘 풀린 눈이 스트레스로 따가웠다.

망연자실, 지하철 타고 가는 중에 다짐했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웃지 말자, 웃지 말자.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무의식적으로 미소 짓는 버릇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그래, 내 의지대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또 미소를 지었고, 늦잠을 잤다고 솔직하게 말한 나를 용서해주려던 직원의 심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하필 장소도 매장 중앙에서,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을 때, 평생 기억에 남을 많은 말들을 들었다.

흠, 잘한 거 없으니, 할 말은 없고, 일이나 또 열심히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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