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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Aug 15. 2018

16 : 週

職場

: 직장


상대방은 내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했나 보다.

방금 전까지 농담을 던지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상대방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상대방은 웃음기를 싹 빼고, 나에게,  그러니 군대를 안 갔다 왔다는 소리를 듣는 거라며(참고로 난 상근예비역 출신이다), 제법 지루한 잔소리를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제3자를 포함해서 나름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던 터라, 어리둥절했다.

난 상대방이 저것도 웃으라고 한 소리인가, 아니면 진짜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건가, 헷갈렸다.

제3자는 내 말에 터트린 웃음을 아직 지우지 못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내가 던진 말이 저렇게 진지한 반응이 나오게 할 만한 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실험해보자는 식으로 장난 말을 한번 더 던져 봤다.(물론 약간의 악의 섞인 장난 말이었지만)

제3자 웃으라고 한 말이에요. (말하고 아차 싶었다, 상대방이 항상 다나까를 쓰라고 주의 줬었는데, 요라 해버렸다)

그러자 상대방은, 그러면 단 둘이 있을 때나 말하던가,라고 대답했다.

괜히 미소 짓고 있던 제3자만 난처하게 만들어 버렸다.

상대방은 지금까지 살면서 선배나 윗사람에게 나같이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상황 수분 전, 시간이 돼서(알바 입장이라 퇴근 시간을 엄수해야 했다) 곧 가봐야 한다고 하니까, 상대방은 나보고 친한 동생이었으면 팼다,라고 했다.

퇴근 시간 엄수하라고 항상 주의를 주었던 건 상대방이었다.

그때도 잠깐 어리둥절 웃어넘기고, 조용히 있다가 던진 한 마디가 바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한 말이었다.

'그러니 군대를 안 갔다 왔다는 소리를 듣는 거', 이 말은 상대방에게 이번에 두 번째로 들었다.

뭐, 따지고 보면 일리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서러운 말이다.

그냥 분위기 파악 못하고 예의 없다고 직접 말하던가, 상근예비역이라는 출신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제3자가 웃은 거 보면, 내가 그렇게 분위기 파악 못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분위기가 싸해지고 나서, 내가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짓고,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인사를 했다.

그 공간을 빠져나오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는데, 가장 속이 시원하면서도, 좀 심한 걸 하나 꼽자면.

시발, 지는 지잡대 출신 꼰대 주제에, 씹꼰대.

학벌 가지고 뭐라 한 건 미안하지만(난 참고로 고졸), 뭐, 나도 상근예비역 출신이라는 걸로 욕먹었으니까.

샘샘.

 



外交

: 외교


몇 달 전, 이곳 홋카이도에 북한 미사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진짜 얼마 전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 그 홋카이도에서 TV 생방송 뉴스로 김정일과 트럼프가 악수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友達

: 친구


대학 동기가 여자친구와 같이 홋카이도로 휴가를 왔다.

동기 커플은 4박 5일 일정 중에 이틀 가까운 시간을 나와 같이 보내는데 할애했다.  

나름 내가 현지 가이드가 된 것이다.

뭐, 첫끼, 스프카레까지는 순조로운 듯했다.

문제는 술자리로 정한 이자카야를 찾으면서부터였다.

복잡한 스스키노 안에서 너무 헤맸다.

어렵게 도착했으니까 안주라도 맛있었어야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내 입맛에는 맞았는데, 난 이미 일본 음식 맛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었고, 친구 커플을 그러지 못했다.

다음 날 오타루에 가면서는 기차 여행 분위기를 원했던 친구 커플을 그냥 일반 전차에 태우고 말았다.

(급행을 탔어야 했는데 몰랐다)

코스 짠 거리도 길기도 길어서 걷는데 서로 다들 지치고, 설상가상 맛집이라고 찾아간 스시 가게는 역대급 맛이 없었다.

친구 커플은 맛있다고 하면서 먹지만, 대충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우선 나부터 맛이 없었으니까.

디저트로 케이크를 먹으려 했지만, 가려고 했던 가게가 저녁 6시에 문을 닫는 바람에 먹지 못했다.

몸은 힘들고, 친구에게 미안하고 민망했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친구 커플 사진도 별로 못 찍어줬고, 아무튼 현지 가이드로서 완전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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