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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Aug 28. 2018

18 : 週

余裕

: 여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런 공기 좋고, 분위기 좋은 동네에서 공인중개사 공부나 하고 있자니 죽을 맛이다.

삿포로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는데, 힘들 거 같다.

시험공부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 4시간 정도씩만 공부하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점수는 해도 해도 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

공부하고 있으면, 등 뒤에서 심심한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는 여자친구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시험 날이 다가올수록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안되면 한국 돌아가서 뭐해 먹고사나 고민도 크다.

시험 이후에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것도 합격해야 가능할 것일까.

아무쪼록 해볼 수밖에 없다.




馴染み

: 단골     


단골 술집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부분 같이 돌아다니니까, 이자카야에 갈 일이 드물다.

여자친구가 커피를 좋아하니, 난 술을 마시러 가고, 여자친구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각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도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그렇게 실행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여유 부릴 돈이 없기도 하지만, 사실 시간도 아깝다.

일부러 분위기 내볼 겸, 옷을 챙겨 입고, 길 건너 가게에 술을 마시러 간다는 게, 영 귀찮다.

집에서 마시면 보다 푸짐하고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이자카야에 가서 주인에게 무슨 말을 걸어볼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집에서 한국 예능 프로를 보면서, 간단한 안주와 술에, 여자친구랑 희희덕 거리고 있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물론, 여자친구는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지, 내가 일을 하고 있을 때나, 다른 일로 집을 비우면, 자주 커피를 마시러 간다.




ワールドカップ

: 월드컵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 가장 기대했던 순간, 월드컵.

외국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했던 만큼 많이 챙겨보진 못했지만, 독일전만큼은 정말 재밌게 봤다.

축구에 별 관심 없던 여자친구도 같이 환호하면서 봤다.

여자친구는 축구 보는 맛을 좀 알았는지, 다음 국가대표 경기는 또 언제 하냐고 물었다.

다음은 아시안게임, 우리 여기 있는 동안에는 아시안게임, 아시안 컵, 남아있어.

하지만 가장 기대했던 월드컵은 이렇게 끝나버렸다.

나에게 이번 월드컵이 특별했던 만큼, 그 응원하며 흥분하는 감정이 오래가길 바랐는데...

그래도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한편, 이번 월드컵을 맞이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게, 난 일본 경기를 어떻게 대하게 될 것인가 였다.

혹시나 응원할 감정이 생길까도 싶었지만, 역시나 전혀였다.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자, 시기와 질투가 일고, 16강 전에서 벨기에에게 통쾌한 역전패를 당하자, 그만큼 속이 후련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삿포로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라이벌 관계, 또는 긴 역사 속 골 깊은 상처가 남아있는 감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일본 지인들에게, 벨기에 전, 아쉬웠다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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