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3학년까지 다니고 졸업까지 1년이 남았을 때, 자퇴했다.
자퇴 절차를 밟지 않고 그냥 등록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제적 당했다.
대학, 취업, 결혼, 육아...
뻔한 시스템 안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결국 못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시스템의 연속을 단절시켜 버리고 싶었다.
그때 난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어떤 확신인지는 정확히 규정짓지 못하겠지만, 머릿속에 엉성하게 쌓아오던 모든 건설물들을 다 쓸어버리고 굳건한 기둥 하나를 정중앙에 뚝 세워두는 느낌이었다.
굳이 자퇴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뒤로 4년이 지났다.
그리고 최근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난 공인중개사 공부를 했다.
결과는 떨어졌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일본에 더 오래 있어보고자 알아봤지만 학사가 없어서 안된단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
아무 자격증도, 아무 경력도,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이 다시 단절시킨 시스템의 연결선을 찾아 뒤돌아서야 한다.
막막하다.
후회라는 간단한 말로 지금 심정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그래도.
4년 전 세워 둔 굳건한 기둥이 여전히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나에겐 너무나도 아름답다.
절대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절대 치우고 싶지 않다.
아니, 절대 안 그럴 거다.
그 옆에 더 굳건한 기둥들이 세워지고, 그 사이에 단단한 벽이 채워지고, 또 그 위에 튼튼한 보와 지붕이 올라갈 때까지, 누가 뭐라 해도 지켜낼 거다.
또 그 기둥을 나와 같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