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흥미로운 유튜브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2차원 속의 사람에게 3차원을 인식하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즉, 2차원 속의 사람에게 벽 건너편으로 가는 방법 중에는 그 벽을 뛰어넘어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2차원 속의 사람들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3차원을 인식하는데 매우 힘겨워한다.
예를 들어서 3차원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각도로 본 코끼리를 하나의 형태로 결합하여 인식하지만, 2차원 속 사람들은 코끼리를 하나의 형태로 결합하지 못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동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한 차원 높여서, 4차원을 인식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3차원 속의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사실 4차원이고 3차원이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른다.
즉, 여기서 하는 말이 다 틀린 말일 수도 있지만 그냥 상상해보는 거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4차원으로 넘어가면 3차원의 구성 요소에 시간이 추가된다.
즉, 우리가 다양한 각도에서 본 코끼리를 하나의 모습으로 결합하여 인식하듯, 4차원을 인식하는 존재는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 보지 않고 통째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통째로 인식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나도 경험해볼 수 없어서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왠지 전생이나 사후세계 같은 것에 대한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4차원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들을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영혼이라고 설정해 보는 것이다.
이들은 나의 영혼, 엄마의 영혼, 이순신 장군의 영혼 같이 어느 한 사람만의 영혼이 아니라 그냥 과거, 현재, 미래 구분 없이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마치 내가 2차원의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를 보듯, 이 영혼들은 3차원까지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살아 보는 것이다.
영혼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어 보지 않고 통째로 바라보면서 이순신도 되어보고, 나도 되어보고, 신석기시대의 사람도 되어보고, 30세기의 과학자도 되어보는 것이다.
이 설정을 위해서는 아쉽게도 지금 모든 인간의 삶이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데에도 분명 어떤 원인이 존재하고, 이 글을 쓴 것 때문에 분명 또 어떤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점이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만든 것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내가 태어났다.
이외 수많은 원인으로 인해 현재에 도달했고, 또 이 현재가 원인이 되어 어떠한 미래가 될 것이다.
나의 상식으로는 지금까지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 이루어져 갈 이 인과 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 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한, 이미 나는 정해진 시나리오 위에 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또 추가적으로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그럼 지금 나의 삶이 끝난 뒤 나란 삶을 살았던 영혼은 다음으로 어떤 사람의 영혼이 될까.
(물론 이들에겐 다음이란 개념도 필요 없겠지만 말이다.)
이순신? 링컨? 재벌? 우리 아빠? 아니면 25세기의 가수?
만약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과거, 현재를 통틀어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단, 영혼에게 우리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 마치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정해진 단 몇 시간만 감정 이입하면 되는, 잠시만 슬프고 즐겁고 무섭기만 하면 되는, 취미생활 같은 거라면 생각해 볼만 하다.
아무튼 이런 상상대로라면 지금 나의 삶을 관망하듯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있을 희로애락 속 고통과 흥분, 희열 같은 것을 느긋하게 관망하진 못하겠지만, 그것 또한 한 편의 영화 속 복선 또는 배드 엔딩, 헤피엔딩, 충격적 전개 같은 것이라 자위해 본다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