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이

by 남은

아빠가 쿨한 편이시다.

지금까지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 반대하신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부담 없이 아빠에게 내 결정에 대해서 털어놓는 편이다.

나는 이렇게 살 거예요.

그래, 그래 봐라.

보통 이런 패턴이다가, 아빠가 제지를 걸어온 결정이 있었다.

아빠, 저는 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예요.

음, 그건 좀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봐라.

이유를 들어보니 자식을 키운 다는 게 물론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아들이 그 행복을 못 느껴본다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깊은 의문이 생겼다.

자식이 있다는 건 정말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얼마 전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의 절규를 눈 앞에서 보았다.

입관하는 자신의 아이를 눈 앞에 두고 벽을 치는 그 아버지의 감정을 난 어떤 상상으로도 정리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감정이길래.


저출산, 지금과 같이 계속되면, 이 국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추측들, 노인 부양문제, 내수 악화, 경제 원동력의 상실 등등.

그런 뉴스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그 문제들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왜 한 번뿐인 이 삶 동안 국가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빠가 말하는 자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 나 같은 만년 백수 아들을 두고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빠의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아이를 낳아보고 싶다.

저출산, 그 결과가 단순히 이 대한민국이란 체제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걸 다양하게 홍보해서 해결될 문제일까.

그리고 저출산의 문제가 정말 뉴스에서 읊어대는 것들로 정리될 사항일까.

내 입장에서 저출산 팽배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아빠와 엄마가 느꼈을 행복을 나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지만, 수많은 저출산의 악영향에 대한 뉴스들보다, 난 우리 아빠의 쿨하지 못했던 모습, 나 같은 놈을 앞에 두고 행복이라고 말했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아이를 가져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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