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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Nov 20. 2018

22 : 週

嘲笑

: 비웃음


비웃음을 사도 괜찮았다.

드디어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참 그지 같았던 면세점 알바가 곧 끝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투자해 주지도 않으면서 남의 목표와 희망에 아무렇지 않게 간섭하고 망신 주는 그런 몇 사람들 덕분에, 괜스레 미안했던 마음 훌훌 털어내고 드디어 그만둘 수 있게 됐다.




ビールガーデン

: 비어가든


삿포로 비행기 값은 7-8월과 12-2월이 가장 비싸다.

겨울일 때는 물론 눈 축제가 있어서 그렇고, 여름일 때는 여러 이유가 있을텐데 분명 그 중 하나가 비어가든 때문일 것이다.

무덥지 않은 맑은 여름날 도시 한가운데 시끌벅적 축제 분위기의 야외에서 삿포로 생맥주를 마신다는 건 정말 행복 그 자체다.

물론 간단한 안주 3개에, 생맥주 한 잔, 과일주 한 캔에 3000엔 가까이 나온 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절대 아깝지는 않다.

5년 전, 돈이 없어서 비어가든 주변을 서성이며 구경만 했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花火

: 불꽃


사람들이 많이 붐볐지만 예상만큼은 아니었고 어렵지 않게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불꽃이 쏘아지기도 전에 가깝게 뜬 보름달을 찍느라 나도 바쁘고 여자친구도 바쁘고 다들 바쁘다.

안내 방송이 흐르고, 잠시 뒤 불꽃이 터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낮은 함성 소리도 퍼진다.

아직 깊게 어두워지지 않은 남색 하늘에 터지는 불꽃이 제법 볼만하다.

행복하다.

물론 집에 돌아가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해야 하고, 이제 새로운 알바에 적응도 해야 하고, 오늘 맘껏 쓴 만큼 돈 걱정도 해야 하고, 철없는 아들이라 불꽃 사진 하나 차마 가족 카톡창에 올릴 수 없어 고민하고 있어도, 행복하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랬듯, 정말 소중한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펑, 펑, 불꽃을 보고 있다는 게, 그리고 또 그 사람이 정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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