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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Dec 10. 2018

25 : 週

喧嘩

: 싸움


여자친구와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됐다. 

일부러 일하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만 겹치게 스케줄을 신청했다. 

아무래도 같이 일하다 보면 싸울 일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친구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으로 같이 출근하는 날부터 싸웠다. 

같이 우산을 쓰자는 여자친구에게, 비가 많이 오니까 따로 쓰자고 한 나의 무심함이 시작이었다.

쉽게 기분이 풀리지 않는 여자친구와 거기에 불만인 내 감정이 맞붙이 쳐 악순환에 빠졌다. 

서로 얼굴에 감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분위기가 전달됐나 보다. 

직원 한 명이 우리 둘 사이가 좋아졌냐고 물었다. 

난 우리가 커플인 걸 모르고 서로 친해졌냐고 물어보는 줄 알고 우리 커플이라고 대답했더니, 알고 있단다.

확실히 티가 났나 보다.  

악순환은 퇴근길까지도 이어졌다.




文句

: 불만


한국인 손님이 차를 반납하러 왔다. 

할아버지 손님이었는데, 오자마자 불만이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어눌한 일본어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상대하던 직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듯했다. 

내가 나섰다. 

사정을 들어보니 차 안에 있는 내비게이션으로 이곳을 검색했는데, 잘못된 정보가 나와서 헤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 안 내비게이션 문제였으니, 삿포로역까지 자신을 차로 데려다 달라는 거였다.

이곳 보스에게 전하라고까지 했다. 

삿포로역은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어이도 없고, 솔직히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무척 부끄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검색도 하지 말라는 방법으로 해서, 애초에 할아버지 잘못이었다. 

들은 말을 일본 직원에게 전했더니, 답은 단호하게 데려다줄 수 없다 였다. 

일본 서비스가 좋긴 해도 그것도 절차 안에서의 일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나도 단호하게 할아버지에게 데려다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묻고 오는 동안 화가 좀 식으셨는지, 아니면 같은 한국인인 내가 난처해지는 게 미안해서였는지, 별말 않고 걸어서 삿포로역으로 향하셨다. 




怒り

: 화


여자친구랑 나 둘 다 치킨버거를 시켰다. 

휴식시간이었고,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모스버거였다.

여자친구랑 둘 다 모스버거를 좋아한다. 

다른 버거에 비해 고기의 육즙이 더 많게 느껴진달까, 모스버거만의 맛을 좋아한다. 

매번 그랬듯, 그 육즙의 담백함을 기대하며 버거를 한 입 물었는데, 식감이 다를 때보다 좋지 않았다. 

한 입 베어 먹은 고기를 목구멍 뒤로 넘기고 나서야 먹은 부분을 봐보니, 고기가 살짝 벌겋게 덜 익어 있었다. 

원래 그런 건가 싶었지만, 나랑 같은 버거였던 여자친구의 고기는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익어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버거를 가지고 가서, 직원을 불렀다. 

고기가 덜 익었다고 하니까, 그 직원은 다른 직원을 불렀고, 불려서 온 직원은 오자마자, 내가 들고 온 버거를 보지도 않고,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일본어로 화를 내는 건, 웬만하면 안 하려 했다. 

어눌한 일본어로 화내기보다, 집에서 잘 생각해서 불평글을 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 그러냐'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씩씩 대자, 여자친구는 달래느라 고생이고, 난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라고 엄포를 내렸다. 

일부러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게 설정해 놓고, 버거 속 고기 사진을 찍고, 영수증 사진을 찍었다. 

진짜 다시는 안 온다. 

안 익은 고기가 보이도록 트레이에 버거를 세팅해 두고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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