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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Feb 05. 2019

30 : 週

寿司

: 스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유명한 회전스시집이 있다.

한국에서 사 온 홋카이도 여행책에서도 소개하는 가게다.

보통 오픈 시간도 전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식사 시간 때 30분 정도 대기는 기본이다.

면세점 알바를 구하고 나서, 월급 받으면 가보자고 여자친구와 약속했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 뒤로 몇 달은 지나서야, 여자친구도 알바를 구하고, 경제적으로 좀 여유로워져서 가볼 수 있게 됐다.

100엔 대, 200엔 대 접시에서만 어슬렁 거리고 소심하게도 결국 300엔 대 넘어가는 접시엔 손도 못 댔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和食

: 일본 정식


지금까지 삿포로에서 가본 음식점 중에 가장 맛있는 곳은 집 건물 길 건너에 있는 일본 정식집인 ‘고멘네’다.

가게 이름이 따로 있는데, 여사장님이 자꾸 ‘고멘네, 고멘네’하시다보니 여자친구랑 ‘고멘네’라 부르게 됐다.

메뉴는 다양하다.

함바그, 가라아케, 고기볶음 등.

그중에 최고는 부추 고기볶음이었다.

딱 내 입맛에 맞았는데, 지금까지 맛본 짭짤 고소함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다.

오는 손님들을 보아하니 단골 마을 주민부터, 멀리서 차 타고 오는 사람들까지 분명 유명한 맛집인 듯했다.

남사장님이 요리를 하시고, 여사장님이 서빙을 하시는데, 남사장님은 거의 말 한마디 없이 요리에 열중하시고, 여사장님은 혼자 서빙하기도 바쁜 중에 기다리는 손님은 늘어나기만 하니 자꾸 ‘고멘네’를 일에 달고 다니신다.

언제라도 시간만 되면 가서 먹고 싶은데, 일주일에 영업하는 날이 이틀 정도뿐이라는 게 문제다.

주로 주말에 영업을 하는데, 그것도 매주 같은 건 아니다.

일요일은 내가 일하다 보니 못 가고, 토요일에 가끔 가보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トンカツ

: 돈가츠


예전에 후쿠오카 여행 중에 먹었던 돈카츠가 내 인생의 최고의 돈카츠였다.

조각마다 한쪽이 약간 붉그스레 덜 익은 부위가 있는 돈카츠였는데, 먹기 거슬린다기보다 오히려 허옇게 익은 부위와 확실한 경계선을 두고 나란히 놓여있는 조각들의 비주얼이 더욱 구미를 당겼다.

그때 처음으로 돈카츠를 기본 소스 이외에, 겨자와 소금에도 찍어봤는데, 씹자마자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서 비슷한 조리법으로 한다는 돈카츠 집에 가봤지만, 거기야말로 그냥 속살이 덜 익은 것뿐, 아예 맛이 없었다.

그 뒤로 대중적인 일본음식 중에 한국에서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음식을 뽑으라면 난 일본식 돈카츠가 돼버렸다.

하지만 당장 일본이라 해도 정말 만족스러운 돈카츠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돈카츠 집이 지금 사는 집에서 걸어 5분 내 거리에 있다.

이곳 돈카츠 맛의 키포인트는 마늘간장소스다.

사장님이 직접 제조하신 소스인데, 같이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에 뿌려 먹어도 괜찮다.

가게 내부가 되게 정갈한데, 이와 어울리게 돈카츠 맛도 여러 맛 과함 없이 고소 담백 깔끔하다.

반찬으로 작은 접시에 놓여 나오는 허연 단무지 두쪽도 짜지 않고 소소하게 달달하다.

후쿠오카 돈카츠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나마 좀 달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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