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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Feb 22. 2019

32 : 週

連絡

: 연락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잠시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

그냥 조용히 다녀오고 싶지만, 한국에 왔다 갔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때, 섭섭해할 사람 몇에게만은 연락을 해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연락할 사람들과 가서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시험 본 다음날 바로 삿포로로 돌아오는 일정인 데다, 그나마 여유 있는 출국 하루 전엔 누나랑 만나기로 해서 못 만날 핑곗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연락하려니 왜 잠깐 한국에 들어갔다 나오는지 설명하기가 좀 애매했다.

공인중개사 준비한다는 걸 공연히 말하고는 다녔지만, 남일 신경 쓰기 바쁜 요즘 세상에, 또 귀찮게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일들이 생길 게 분명했다.

한편으론 합격하기도 힘들 것 같은 시험 이야기를 광고라도 하듯 떠벌리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또 정리한 끝에 딱 한 명에게만 연락하기로 했다.

연락해보니 그 친구도 어차피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지방으로 출장 가야 해서 만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누나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잘 됐다.

소원대로 조용하게 한국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가서 그냥 그토록 먹고 싶었던 순대국밥에 소주나 한병 비우고 와야겠다.




点検

: 점검


이제 곧 내가 번역한 대본의 연극이 한국에서 공연된다.

공연은 일본 배우들이 일본어 대사로 연기하고, 무대 주변 어딘가에 자막으로 한국어 대사를 띄우는 형식이다.

내가 직접 현장에 가보지 못해 아쉽지만, 같이 변역을 한 우이코상이 현장에서 자막 넘기는 역할까지 맡게 돼 걱정은 없다.

어떤 반응일지 내심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때문에 더 정성 들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더 신경 쓰면 분명 훨씬 매끄러워질 부분들이 있었기에 아쉽다.

그렇다고 몇 달을 고생해 공부한 공인중개사 시험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합격 가능성까지 희박해져 이제 단 몇 분이라도 대본 번역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결국 최종 점검을 해달라는 우이코상 메일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난 분명 한참 또 대본에 열중해 버릴 것이다.

우이코상에겐 정말 미안하다.

싫은 말 못 하는 우이코상 성격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両親

: 부모


도쿄 부근으로 부임해 가신 카사다 목사님과 사모님 카오루상으로부터 가끔 택배가 온다.

최근 안부를 묻는 간단한 편지와 함께 보통 먹을 것들이 담겨 있다.

쿠키나 애플파이 같은 것으로 카오루상이 집적 만드신 거다.

받을 때마다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표현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목사님과 카오루상은 타국의 또 다른 아빠와 엄마 같으신 분이다.

얼마 전에도 삿포로 일정 때문에 오신 카오루상이 마치 타지의 아들을 챙겨주는 듯이 시간 짬 내서 밥 한 끼 사주시고 가셨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두 분에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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