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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Apr 04. 2019

34 : 週

暫く

: 잠시


여자친구는 출근하러, 난 공항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집 건너편에서 인사하며 헤어지려는데, 여자친구가 살짝 울먹거렸다.

덩달아 나도 좀 찡했다.

누가 보면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기간은 3박 4일, 잠시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긴 시간 고생한 걸 털어버리려 가는 거라, 서로 감정이 복잡 미묘해, 괜히 그랬나 보다.




欠航

: 결항


내가 탈 비행기가 결항되었다.

당황스러웠다.

안내 데스크를 통해 공항 내 항공사에 연락을 취해 받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내원에게서 항공사의 도쿄지부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전화해보니 없는 번호란다.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도 안내원이 다시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본 끝에 항공사와 연락이 닿았다.

금방 안 있어 항공사 직원이 안내 데스크까지 나왔다.

사정을 들어보니 한 달 전쯤 있었던 지진의 영향으로 근 몇 달간 비행기 운행을 아예 취소했다는 것이다.

항공사에서 나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한국 핸드폰 번호로만 하려 했으니 될 리가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연락이 안 된 고객이었단다.

항공사 직원이 어플에 결항이라고 뜨지 않냐고 물어서 다시 확인해보니 여전히 정상 운행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냥 황당해서 딴지 걸 생각도 안 났다.

항공사 측에서 본래 비행기보다 두 시간 정도 늦은 다른 항공사 비행기표를 구해줬다.

아무튼 한국 가는 데는 지장 없었지만, 괜히 시험을 앞두고 부정탄 느낌을 받아 기분은 좋지 않았다.

몇 시간 뒤쯤 다시 어플을 확인해보니 이제야 결항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그전에 캡처를 해놓았는데, 다시 봐도 정상운행이라 떠있다.




避ける

: 피하다

 

젠장, 하필 저 사람이랑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될 줄이야.

수하물을 맡기려고 줄 서 있었는데 낯익은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면세점에서 일할 때 나에게 폭언을 했던 직원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보통 피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바로 눈을 돌렸다.

진심 더러워서 피한 거다.

다시는 얼굴도 보기 싫었던 사람이다.

만약에 인사를 하게 됐을 때, 저 사람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같은 비행기라 앞으로 서로 안 마주치는 게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피했다.

분명 저 직원도 나를 본 것 같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인사를 건네 오지 않았다.

이후 탑승 게이트 앞에서도 마주치고, 기내에서는 바로 옆을 지나쳤는데도 모르는 척 눈을 피했다.

그만큼 너무너무 싫었다.

그 직원도 마주칠 때마다 일부러 나를 피하는 게 뻔히 보였다.

찰나 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못 본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어 오히려 당당하게 나서서 인사할 수도 있는 거였지만 진짜로 말 한마디 섞고 싶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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