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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Apr 11. 2019

35 : 週

後悔

: 후회


시험, 불합격했다.

외국에서 한국의 자격시험을 준비했던 기이한 생활이 끝났다.

정말 기이했다.

일본 스타벅스에서 한국의 공인중개사 시험 참고서를 읽고 있는 사람은 어쩌면 역사상 내가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앞으로도 있기 힘들 것이다.

그런 내 옆에서 여태 같이 커피를 마셔 준 여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다.

인생에 둘도 없는 기회, 더 많이 놀러 다니고, 더 재밌었어야 했는데, 내 공부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내가 스트레스 때문에 부리는 짜증에 서로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랬더라도 합격했으면 좋았으련만, 결과가 이러니, 지난 고생이 마냥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그냥 쿨하게 놀았으면, 그렇게 쓰고 싶었던 글이라도 썼으면.

물론 갈 길 없는 장래를 생각했을 때, 절대 맘 편히 그러지만은 못했겠지만, 이유 불문 그냥 후회가 된다.




現実

: 현실


집에 혼자 있었다.

새벽에 잠 못 이루고 검색해봤던 취업비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비자 관련 법률 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이 간단하게 몇 가지 묻곤 내 조건으론 어렵다는 답변을 줬다.

상담원이 물어본 사항 이외에 대해서도 더 세세하게 설명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무소에서 비자 신청 서류를 작성해 주는 대신 결과에 상관없이 9만 엔을 받아간다.

조금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다면 돈을 받고 서류를 작성해 줄 테지만 딱 잘라 어렵다고 하는 거 보니 정말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어쩌지.

한국 돌아가면 써먹을라고 준비했던 공인중개사 시험도 떨어졌고, 워킹홀리 비자가 끝나면 이곳 삿포로에도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현실을 직감하는 순간,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는 거뿐이었다.

베개를 부여잡고 소리 내어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나중에 보니 눈 밑에 피멍까지 들어 있었다.




: 다음


워킹홀리데이 비자 체류기간이 이제 4개월 남았다.

최대한 알차게 보내도록,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해 본다.

우선 그동안 돈 아끼느라, 공부하느라, 못 다녔던 여행을 다녀볼까 한다.

아직 삿포로 시내에서도 못 가본 곳이 많다.

홋카이도 내 먼 곳까지도 가보고 싶다.

여행 이외에도 은근히 할 게 많다.

예전에 삿포로에서 후쿠오카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정리해 놓은 기행문도 일본 출판사에 보내볼까 한다.

다카츠상과 이야기해놓은 만화 만들기도 시작해볼까 한다.

물론 다카츠상이 참여해줄 수 있다는 전제 하지만.

아무튼 나름 한가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난, 이곳 삿포로가 너무 좋다.

이다음 4개월이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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