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은 Apr 14. 2019

36 : 週

定山渓

: 조잔케이


막바지 가을 단풍 구경하러 조잔케이에서 1박 묵고 왔다.

조잔케이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삿포로 내에 있지만 중심부와는 좀 거리가 있다.

오고 가는 데는 호텔 송영버스를 이용했다.

오랜만에 나름 멀리 벗어나 보는 거라 가는 내내 설렜다.

호텔도 제법 비싼 곳이라 잔뜩 기대하고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딱 반만 만족스러웠다.

우선 호텔 내 온천이나 방은 좋았다.

조식도 손님이 너무 많아 북적거려서 그랬지 괜찮았다.

문제는 너무 낙후된 주변 환경이었다.

대형 호텔 이외 작은 온천들은 다 망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폐가들로 남아있고, 산책 경로 조경도 관리를 안 한 듯 지저분했다.

기대했던 단풍도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빈약했다.

저녁 해결할 곳도 마땅치 않아 편의점 음식으로 방에서 해결했다.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 음침했다.

과거에는 성행했으나 현재는 몇몇 호텔만이 손님들을 독식하여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 눈에 뻔히 보였다.




共に

: 같이


지난 늦봄 이곳으로 휴가 왔었던 대학 동기가 늦가을이 돼서 또다시 이곳에 왔다.

처음엔 일이 있어서 오나 싶기도 했고, 이번엔 다른 일행과 오나 싶기도 했는데, 전과 마찬가지로 휴가를 즐기러 그때 같이 왔던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

보통 해외여행을 반년 간격으로 같은 곳에 두 번씩이나 가진 않으니 이상하면서도, 내 입장에선 또 그 장소가 삿포로라면 충분히 이해될 만도 했다.

왜 다시 왔냐고 물으니, 동기는 여러 설명 없이 좋았어서라고 했다.

대학 동기니까, 10년을 넘긴 인연이다.

서로 잘 맞는 게 있어, 줄여나가는 관계들 속에서도 그나마 끈끈하게 이어져 오는 사이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家族

: 가족


아빠, 엄마, 누나, 매형이 2박 3일 일정으로 삿포로에 왔다 갔다.

서로들 바쁘게 사는 데다, 비행기 삯 비싼 여름과 겨울 휴가철은 또 피하느라, 일정을 길게 못 뺐다.

아쉬운 데로 짧은 일정 꽉 차게 삿포로 내에서 미련 없이 잘 먹고, 잘 돌아다녔다.

아마도 가족 넷이 다 모여 여행 다닌 건 근 십 년 만인 것 같다.

그동안 다들 각자의 삶 속에서 너무나도 고생이 많았다.

물론 나 때문에 더 고생들 하셔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전보단 우리 가족에 여유가 생겼다는 상징적인 여행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5 : 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