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은 May 12. 2019

38 : 週

: 눈


첫눈이 내렸다.

빠르면 10월에도 내린다는데, 이번엔 그보다 늦었다.

사진을 찍어서, 다음 주에 삿포로에 놀러 올 지인에게 보내주었다.

지인은 자신이 갔을 때도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예보를 보니 이번에만 잠깐 내리고 이후 당분간은 맑을 것 같다.

이곳 겨울 경치가 좋긴 하지만, 생활하는 입장에선 매일 쌓이는 눈 때문에 불편한 것이 많다.

그래도 며칠 적응하고, 운전하는 것만 아니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눈 밟는 것도 재밌고, 나름 괜찮다.

단, 이제 앞으로 자전거를 못 탄다는 건 많이 아쉽다.

삿포로의 겨울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겨울에 와서 다시 새로운 겨울을 맞이했다.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고 있긴 한 것 같다.




灯油

: 등유


이곳에서 처음 청구받은 가스비가 3만 6천 엔이었다.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르게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고, 급하게 구하다 보니 깊게 고민하지 못한 채, 면세점 일을 시작했다.

통근 시간도 길었을 뿐 아니라, 판매가 적성에도 안 맞았고, 직원 몇으로부터 인격 모독도 당했다.

면세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여자친구에게도 영향을 줬다.

내가 쉽게 짜증을 내니까, 자주 싸웠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그 가스비부터가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샤워할 때마다 가스비를 신경 써야 한다.

설거지할 때 보일러 켜 둔 걸 깜박하고 온수를 사용했다가 한숨을 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봄, 여름, 가을은 어찌저찌 가스와 관련해선 큰 문제없이 잘 보냈지만 이번 겨울부터 또다시 난로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였다.

가스난로 대신 사용할 등유 난로를 살까도 고민했었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건물 회사 측에서 설비 개선 측면으로 기존 가스난로를 등유 난로로 각 방마다 싹 다 바꿔주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스보다 등유가 훨씬 저렴하다.

앞으로 적어도 난방비로 3만 6천엔 이상 청구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최근에 알게 된 에어컨의 난방 기능과 함께 새롭게 설치된 등유 난로로 이번 겨울은 비교적 돈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洗車

: 세차


추워진 이후로 렌터카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

눈이 내린 날에는 보다 더 적었다.

외국인 손님은 아예 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또 그러진 않았다.

차도에 제법 눈이 쌓여 있는데도 겁도 없이 타국에서 운전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손님이 적으니 할 일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손님 적고 많고의 문제보다 내가 걱정했던 건, 눈 오는 날 세차를 어떻게 하느냐 였다.

물을 뿌리면 금방 얼어버릴 텐데, 그리고 추운 날씨에 밖에서 덜덜 떨면서 견디기도 힘들 텐데.

입사한 지 일 년은 넘은 동료에게, 눈 오는 날에도 이렇게 밖에서 세차를 하는 건지, 물었다.

다행히도 주로 차 내부는 지하주차장에서 하고, 차 외부는 온수가 나오는 고압 청소기로 하거나 가까운 주유소에서 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호스로 찬 물 뿌려가면서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뭐, 그 정도면 괜찮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게다가 손님들도 많이 줄었고,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7 : 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