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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May 24. 2019

39 : 週

逆転

: 역전


상황이 역전됐다.

이젠 여자친구가 시험공부를 하고, 난 그 등을 바라본 채 혼자 놀고 있다.

며칠 뒤에 여자친구가 JLPT 시험을 본다.

떨어질 것 같다고 징징대지만, 내 생각엔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을 거 같다.

여자친구가 그다지 노력파는 아니라서 이렇게 혼자 노는 시간이 길진 않지만, 묵언수행 조용히 공부하는 사람 등 뒤에서 멀뚱히 있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다.

불과 한 달 전쯤까지도 반년 넘게 이 생활을 했을 여자친구에게 미안함 마음이 들뿐이다.




定期券

: 정기권


이제 눈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 지하철 정기권을 끊어야 했다.

여자친구랑 내가 집을 나가는 날이 다를 때도 있으니, 서로 번갈아 사용하면 충분히 본전 뽑고도 남는다.

한 달에 왕복 20일 사용하면 본전이다.

지하철역 어디서나 티켓 발매기를 통해 sapica라는 교통카드에 입력하는 식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구매할 때, 구간을 정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만 정기권이 유효하다.

그 구간 안에서는 하루에 100번을 타도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간을 잘 정해야 한다.

굳이 자신이 통근하는 지역까지만 설정할 필욘 없고, 그 보다 먼 역까지라도 요금이 같다면 연장해서 설정해도 좋다.

난 사는 마을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를 기준, 앞뒤로 구간을 몇 개 역 늘렸다.

나름 머리 굴러서 전략적으로 잘 끊었다고 생각해 뿌듯했었는데, 그 뒤로 요금을 여러 번 암산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지불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앱으로 계산해보니 확실히 그랬다.

그리고 구글로 삿포로 지하철 요금을 검색해보고서야 내가 크게 착각한 게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난 지나치는 역 개수를 계산해 구간을 늘렸는데, 알고 보니 요금은 역 개수와 상관없이 거리와 관련이 있었다.

내가 평소 이용하는 구간 요금보다 더 비싸게 설정해 버린 것이다.

순간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정기권을 끊었는데, 오히려 더 손해 보게 생긴 거다.

깨달은 순간 진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다행히도 나중에 구간 변경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사이 받은 스트레스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青春18きっぷ

: 청춘18티켓


청춘 18 티켓을 샀다.

가격은 11,850엔, 표에는 다섯 곳의 스탬프 공간이 있고, 찍힌 날짜에 jr 전철을 마음껏 탈 수 있다.

티켓 한 장으로 여러 명이서 이용할 수도 있다.

같은 날짜 스탬프가 두 곳에 찍히면, 그 날에 두 명이서 이용하면 된다.

한국의 내일로 티켓에 나이 제한이 있는 반면, 청춘 18 티켓은 나이 제한이 없다.

보통 봄, 여름, 겨울에 각각 한 달간 판매하고 이용할 수 있다.

내가 산 표는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판매하고, 이용은 12월 10일부터 1월 10일까지 가능하다.

사고 나서 알게 된 건데 홋카이도에서는 청춘 18 티켓을 이용하기에 불편한 게 많다고 한다.

청춘 18 티켓으론 특급 열차를 못 탄다.

보통 열차와 쾌속 열차만 가능한데, 우선 홋카이도에는 쾌속 열차가 별로 운행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혼슈에 비해 배차 간격도 촘촘하지 않다고 한다.

(남한만 한 면적에 부산 인구 정도만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납득이 간다.)

그래서 특급으로 가면 4시간도 안 걸릴 거리를 보통 열차로 가면 여러 번 갈아타야 되고 환승 대기 시간도 길어서 8시간은 넘게 걸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난 그런 게 오히려 더 좋다.

기차 오래 타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가격을 떠나서 KTX보다 무궁화호 타는 걸 좋아한다.

여행자 입장이라면 더라도 좋다.

환승하면서 여러 도시를 들렀다 가는 게 마음에 든다.

열흘은 지나야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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