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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Jun 01. 2019

40 : 週

飲み会

: 회식


일본 회식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유쾌하고 난리법석이다.

우메네상이 입고 온 흰 티는 질질 흘린 과일주로 물들어 가고, 걱정스러울 정도 과음한 나미키상은 나보다도 일본어가 어눌해져 간다.

점장도 속이 안 좋은지 화장실에 몇 번 다녀온 것 같고, 신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은 서로 별명들을 불러가며 듣기 힘든 말들로 요란하다.

스가와라상과 니시야마상이 저들과 비교하며 나보고 술이 세다고 띄워주는데, 실수 안 하려고 점잖떠느라 마음껏 마시지 못한 덕분이다.

막판에 우메네상은 친절하지 못한 식당 직원과 말다툼까지 하고, 오가와상은 입고 온 외투를 잃어버리곤 결국 찾지 못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2차는 없이, 막차 끊기기 전에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건 한국과 좀 다른 점일 수도 있겠다.

주류에 끼지 못하고 관망하는 입장에 있어서였는지 무척 재밌는 회식이었다.




展望台

: 전망대


삿포로에 전망대가 많다.

모이와야마 전망대에 올라가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드넓은 계획도시의 촘촘한 건물들이 시야 끝에서 오돌토돌 지평선을 이루고 그 뒤로 어렴풋 바다로 보이는 푸른빛이 아른거리는데, 그 모든 걸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삿포로 어느 전망대에서나 낮이고 밤이고 참 볼만하다.

최근엔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 경기장 전망대에 다녀왔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는 삿포로가 계획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길이 바둑판처럼 쭉쭉 뻗어있기 때문에 저 멀리 오도리 공원에서도 야간 조명에 비치는 스키점프대가 또렷하게 보인다.

반대로 스키점프대에서는 물론, 그 아래 마루야마 공원에서도 오도리 공원의 알록달록 빛나는 테레비 탑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렇게 항상 멀리서만 바라보던 스키점프대에 이제야 가까이 가보게 됐다.

걸으면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여자친구에게 걸어가 볼까 제안해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걸었으면 힘들 뻔했다.

버스로도 산길을 오르고, 버스에서 내려선 한참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다.

다른 전망대들에 비해 인기가 없어서 관광객들도 별로 없고 황량했지만, 오히려 전망대 안에선 여자친구와 단 둘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르내릴 때, 리프트 타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腹の皮

: 뱃살


살이 많이 쪘다.

아마도 여자친구 덕분인 듯하다.

혼자 살 때는 식사를 거를 때가 많았다.

난 전형적인 밥보다 잠이 먼저인 사람이다.

배고픈 걸 잘 참는다.

근데 지금은 같이 밥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제 때 끼니를 때우게 된다.

게다가 정말 신기하게도 밥 양이 적든 많든 세 숟갈 정도 남기는 여자친구 덕분에 자주 내 평소 양보다 더 먹게 됐다.

그러면서 위는 점점 더 커지고, 내 기본 식사량 자체가 늘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 처음 몇 달은 돈 아끼려고 술을 별로 안 마셨는데, 여자친구가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져서인지 부담 없이 거의 매일 기본 맥주 한 캔씩은 마시고 있다.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없다.

몇 달 전부터 운동해야겠다고 마음만은 먹었지만, 미루고 또 미루다 벌써 땀 한방을 내기 힘든 추운 겨울이 되고 말았다.

머릿속에 노폐물이 가득 쌓였는지 두피도 따끔거리고, 여자친구도 너무 살쪘다고 면박을 주니, 결국 크게 결단을 내려, 헬스장에 등록하기로 했다.

마침 헬스장이 행사 중이라 입회비는 무료, 세 달 치 요금을 두 달 치 요금으로 할인하고 있었다.

별로 고민 않고 등록했다.

가스비 걱정 없이 온수 샤워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점(운동하고 나니 온수 샤워는 못하겠더라.)도 큰 메리트였다.

한국에서도 다녀보지 못한 헬스장을 이곳에서 다니게 됐다.

앉아 있으면 몇 겹이고 접히는 뱃살이 세 달 안에 빠질까 쉽지만, 언제 또 타국에서 헬스장을 다녀보겠냐.

열심히 다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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