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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May 01. 2020

44 : 週

新年

: 새해


새해맞이를 홋카이도 신궁에서 하기로 했다. 

밤 12시를 넘길 때에 맞춰 갔는데, 이미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평소 한산했던 신궁 입구가 사람들로 꽉 찼다. 

신궁 내에 들어가기 위해선 넓은 진입로에서부터 줄을 서야 했다.

딱 12시를 넘길 때에도 촘촘히 나아가는 인파들 사이에 있었다.

뭔가 대단한 이벤트가 있을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중구난방 통일되지 않는 카운터다운이 이어진 뒤, 어색하게 퍼지는 함성 소리에 어울리 만한 작은 목소리로 '와'하고 몇 번 내뱉어본 게 다였다. 

조그마한 폭죽이라도 터질 줄 알았는데, 신궁은 그런 곳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모인 인파만은 나름 진풍경이었다. 

신궁 주차장부터 늘어선 자동차 대기 줄은 저 멀리 사거리를 넘어 대로까지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를 짐작컨대 아마도 아침 해가 뜰 때까지도 대기 줄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小吉

: 소길


신궁에서 오미쿠지를 뽑아봤다.

예전에 '대길'을 뽑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이후로 운세가 좋았다 할 건 없었다.

그래도 대길을 뽑고 싶다. 

앞길이 막막하기에 이런 거에 라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하지만 나온 건 '소길'.

'흉'이 아니라 찜찜할 것도 없고, '대길'이 아니라 괜히 기대할 것도 없는 새해가 시작됐다. 




荷物

: 짐


집에 돌아가 새해맞이 2차를 하기 위해 신궁 가기 전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제법 많이 샀다.

병맥주 같은 것도 있어서 꽤 짐이 무거워졌지만 백팩에 넣어 메고 있어서 힘들 건 없었다. 

그래도 긴 시간 짐 지고 다니는 내게 미안했던지 여자친구가 무겁지 않냐고 자꾸 물어본다. 

정말 괜찮은데, 그래도 물어봐 주니 고맙다. 

그러다 신궁 출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야타이의 먹을거리들에 현혹된 여자친구는 한동안 내가 지닌 짐을 잊은 채, 구경하느라 제법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하지만 이 또한 괜찮다.

마음껏 구경이라도 하게 해줘야 한다.

안타깝게도 짊어진 백팩 안 가득 담긴 것들에 이미 많은 돈을 지출해 버린 내 심리적 지갑이 꽉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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