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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Nov 21. 2021

004

01. 도쿄의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0명대다.

불과 두 달 전에 2000명대였다.

그 사이 총리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정말 굴러가는 수준이 대단하다.



02. 여자친구가 일본에선 처음으로 미용실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유튜브에서 일본 미용실 영상을 봤다.

한국인 여성이 남자 미용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내기 전에 좀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일 없었다.

오히려 말을 별로 걸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머리도 잘 됐다.

다만, 커트는 조금만 해달라고 했는데, 진짜 티도 안 날 정도로 조금만 잘랐다.



3. 건강검진을 2주 정도 앞두고 검진센터로부터 우편 하나가 도착했다.

미리 작성해야 하는 서류 등과 대소변 채집통이었다.

집에서 하는 대소변 채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4. 제법 큰 지진이 났다.

도쿄 기준으로  10  가장  진도였다.

30년 내에 관동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90%라고 한다.

솔직히 좀 무섭다.

집이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 방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보니, 내진 설계법이 바뀌기 이전에 지어진 집이었다.

물론 그전에 지어진 건물이 내진 설계가 안되어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불안하다.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또 이사 비용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5. 정류장보다 5미터 정도 지나쳐버린 버스가 살짝 비스듬히 멈춰 섰다.

기사가 버스에서 내려 달릴 듯 말 듯 급한 걸음으로 정류장으로 다가갔다.

정류장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주변 색감이랑 할머니의 옷 채색이 비슷해서, 나도 그때서야 사람이 있는 줄 알았다.

기사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 버스 타시나요? 하고 물었다.

괜찮다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기사는 다시 버스로 급하게 걸어갔다.



6. 어디선가 조사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7위가 도쿄다.

내가 복잡한 도시를 싫어해서 그렇지, 도쿄가 뭐든 잘 갖추긴 했다.



7.  새로 가 본 식당 10군데 중에, 맛으로 마음에 드는 곳이 서울에선 5곳 정도였다면, 도쿄에서는 9곳 정도 되는 것 같다.



8. 일본인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말했더니,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지금 총리가 누구더라,라고 답했다.



9. 집에 새로운 벌레가 생겼다.

생겼다기 보다도 이제야 우리가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모양새나 특징을 보건대, 벌레 이름은 ‘가루 응애’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퇴치기는 있어도 성공했다는 말이 없다.

일본어로 가루 응애가 뭔지 찾아보지만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한국에서 데리고 온 건 아닌지 싶다.



10. 이번 도쿄에 와서, 회사 밖에서 새로 사귄 일본인 친구가 없다.

최근까지 코로나 때문에 교류가 적은 탓도 있지만, 딱히 노력하지도 않았다.

미술학원에서 친구를 사귀어 볼 수 있을까 했지만, 원생들이 나에게 말 걸어오지 않는다.

일본어도 늘리라면, 일본어 친구가 필요할 텐데.

뭐, 언젠간 나타나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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