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한 번 사랑이 올까요?

로맨스릴러의 대가

by 나님


바로 서평을 써야지 하다가 한참을 미뤘더니 그때의 감정들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더듬더듬 다슬기를 찾는 손길 같은 서평.

(스포는 많습니다.)



기욤 뮈소의 로맨스릴러.


이번엔 진짜 로맨스릴러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매튜가 우연히 개라지 세일에서 구입한 노트북을 통해 1년 전을 살고 있는 전 주인 엠마와 연결되며 벌어지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을 읽고 기욤 뮈소의 무한한 상상력과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개연성, 탄탄한 구성에 감탄했다. 심지어 이걸 한꺼번에 읽고 싶어서 완행기차를 골라서 탈 정도였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자신이 구성한 틀을 깨지 않고 끝까지 판타지를 지켜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플롯을 간략히 서술하면 매튜는 지덕체를 고루 갖춘 하버드의 매력적인 젊은 교수로 사고로 완벽한 아내를 잃었다. 그 후 1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삶의 의욕을 찾지 못하는 매튜에게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개라지 세일에서 산 노트북으로 1년 전의 전 주인과 연락이 닿은 것. 서로 호감을 느껴 뉴욕까지 날아갔다가 서로 엇갈린 공간에 있었음을 알게 된 이후 매튜는 아내의 사고를 돌이키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자존감이 바닥치며 극심한 정서불안에 시달리던 엠마는 처음에는 케이트가 죽어버리길 바랐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허나 그녀를 살리려고 할수록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케이트의 부정과 그녀의 참모습, 그날의 진실까지. 결국 케이트는 다른 이유로 죽게 된다. 다시 1년이 지나고 엠마는 둘을 이어주었던 개라지 세일에서 그를 기다렸고 바람맞았던 그 레스토랑에서 둘은 마침내 시간을 달려 만난다.




기욤 뮈소의 사랑은 아픔이자 치유제다.


기욤이 매튜에게 지워준 진실을 너무나 가혹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평생 다른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살았으며 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유혹하고 끝내 죽이려고 했음을 깨달았을 때 도대체 그는 어떤 슬픔을 감당해야 했을까? 아마 지옥에 날개 없이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과연 에밀리는 그의 딸이 맞았을까? 그것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매튜, 케이트, 에밀리는 그림에나 나올 법한 모범적인 가정이었고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 역시 견고하여 새파랗게 어린 학생의 유혹조차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나를 청부살인하려고 했다는 걸 안 순간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구해줘>, <종이여자>에서도 주인공들은 비가역적인 관계의 종말 앞에 무너지고 또 절박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매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에서 이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 또한 사랑이었다. 새로운 사랑이기도 하고 우정의 형태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레즈비언인 에이프릴이 매튜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엠마는 과거에서 그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와 같은 새로운 사랑으로 등장한다. 에이프릴은 매튜가 흔들릴 때마다 그를 붙잡아주고 대가 없는 도움을 제공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노트북을 선물한 존재다. 이후에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매튜가 행동을 취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아울러 엠마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매튜에서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간다. 물론 케이트를 되살리는 데 눈이 뒤집힌 매튜가 아니고는 엠마는 그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된다. 눈이 뒤집혔을 때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그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였고.


결국 기욤 뮈소가 말하는 사랑은 가슴 저리게 아픈 것인 동시에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그 무언가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는 없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기차 왕복편에 다 읽었다. 그런데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내 감수성이 메말라버린 건지 뭔지. 이야기를 구현해내는 방법이나 구성 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메시지 자체는 클리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 이후의 울림은 없다.


그래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반전을 좋아하고 로맨스도 좋아한다면 추천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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