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정도의 우울증이 2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칭한다고 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는 '사시사철 떨어지지 않는 감기' 같은 우울증으로 상담받은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그래서 '우울'이라는 정서를 그림이나 이야기로 풀어낸 여타 작품과는 달리 직설적이고 일상적이다. 누군가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이어서 내 이야기로 와 닿는 순간에는 '혹시 나도?' 하는 생각에 머리를 갸웃대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집어 든 사람은 정서적 피로를 느끼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고 심적으로 약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 수 있으니.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작가의 우울함은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한 순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다. 일상 속 티끌 같은 불안과 미움, 걱정들이 모여 겨울 빙판길처럼 우울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투명하게 자리 잡아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 부분에 닿게 되면 꼭 엉덩방아를 찧게 되는 빙판길처럼 말이다. 물론 작가 개인의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상황이 사회가 권장하는 '보통'과는 다른 면이 있다. 아버지가 행한 가정폭력, 따돌림, 언니에 대한 경제적 의존 등은 흔한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에 작가가 주변 상황을 보다 예민하게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어렵다고 느끼는 점은 우리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대학 직장에서 내 행동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 업무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친구들과의 미묘한 갑을관계 등은 깊이는 다를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하지만 떡볶이가 생각나는 평범함이 주는 우울함이란 이야기다.
그에 대한 의사의 대응과 작가의 해석도 상투적이다. 의사는 작은 성취들을 계속함으로써 삶을 지속할 동력을 얻거나 스스로를 북돋아주고 적정한 합리화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를 권한다. 작가는 자신에 대한 의사의 해석을 받아들여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나아가려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약물의 도움을 받아 수렁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래서 벗어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조금씩 이루어왔던 변화들을 복기하고 나를 이해해나가며 건강해지겠다는 희망을 품은 채 책은 끝난다. 1권의 결말이 아닌 2권의 결말이다. 새해 결심처럼 이 역시도 상투적이다.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고 안개 낀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든다면 읽어보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대면하고 마음을 읽어보는 데 어색함을 느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혹은 방법은 알아도 그것을 회피하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는 데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르겠다. 그냥 작가의 우울함이 전염되는 기분이라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림왕 양치기 작가 작품 같은 '인스타그램용 감성'을 기대하고 책을 집었던 내게는 맞지 않는 책이었다.
뭐가 됐든 작가와 그 우울함에 공감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약간 불쾌했던 나까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