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가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이 말처럼 세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셰익스피어, 기욤 뮈소까지 많은 이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왔으며 다루는 형태도 다양했다. 질릴 법도 하건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광해왔고 오늘날에도 사랑 이야기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너도 나도 다 아는 지겨운 이야기
솔직하게 지겹도록 듣고 누군가에겐 한 이야기를 모아둔 책이다. 제목부터 대놓고 ‘갬성’을 표방하는 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 누구나 사랑의 끝은 고통스럽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까지는 몇 배 더 힘들다. 괜찮다 싶다가도 문득 외로움이 찾아와 미칠 것 같은 순간을 맞고 그러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괜찮아지기도 한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더 나은 방법이란 것도 없다. 그냥 사람들마다, 만남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뿐. 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추측하여 쓴 글이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의미가 없다.
이건 나의 실수다. 지금의 나에겐 의미가 없는 책인데 선택한 실수.
‘결혼 적령기 30대’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몸부림치던 와중에 공감이라도 얻을까 하여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다. 누군가도 나처럼 새로 누군갈 만나는 것은 지겹고 이별은 두려운가 보다 했다. 그러나 내용은 주로 사랑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변한다는 것,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것, 그리고 헤어진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써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너무나 뻔한 이야기였다. 함께 성장하는 연애, 그것을 위한 노력, 사랑하되 아낌없지 퍼주지는 않을 것, 이별이 주는 슬픔은 충분히 존중해줄 것 등등. 아마 전 세계에서 최고의 ‘호구’를 뽑아도 이런 내용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견지는 따듯한 문체 속에 싸여있을 뿐 모순적이고 일견 기만으로도 비친다. 이를테면 연애를 할 때는 내 마음에 충실하라고 하다가 어느 때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연애를 하라고 한다. 결국 모든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니까. 둘이 과연 양립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전자는 감정에, 후자는 이성에 중점을 둔 것인데 애초에 밸런스를 맞출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차라리 내 마음에 찌꺼기가 남지 않을 만큼만 최선을 다하되 정말 아닌 길인 걸 안다면 미련 없이 돌아서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좀 더 와 닿을 것 같다. 어떻게든 말을 이으면 이어지겠지만 순간순간 떠오른 사랑에 대한 단편적인 것들을 실어놓은 책이었다.
알아서 더 불편했던 이야기
가장 불편했던 건 의미는 없는데 글 하나하나가 상처를 헤집는 느낌을 준 것.
그렇지 않아도 외로움이 밀려들어 마음이 복잡한데 굳이 이별이라는 주제로 스스로를 헤집어 놓은 것 같았다. 학교 때문에 어린 나이에 독립하여 내 인생의 절반은 홀로 살아왔기에 이제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안정과 온기를 얻고 싶은데 충족이 안 되어 미칠 것 같다. 이제 와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과거 인연들을 자꾸 회상하게 된다. 그래서 이별이네, 재회네 하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몇 배 더 부대끼고 불편했다.
어쩌면 진짜 그 사람이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들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에.
마침 책을 읽기 전후 며칠 꿈자리도 사나웠다. 시리즈물처럼 하나, 둘 차례대로 나오더라. 꿈을 꿀 때마다 이 책은 과거의 망령 같아 더욱 손이 안 갔고 며칠이 지나서야 꾸역꾸역 다 읽었다.
아마 내가 누군가와 만남으로 세상이 온통 아름답다면 이 책도 다르게 보였겠지.
꼬여있는 자의 평
누군가의 소중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혹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순전히 오늘의 내가 느낀 감상일 뿐이고 이게 작품의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리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몽글몽글한 사랑 이야기일 수도, 이별에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다만 지금 내게는 일반적 이야기에 감성을 입힌 의미 없는 글이고 오히려 지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혹여 누군가 나와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안정된 자에게는 한두 시간용 독서를 위해 추천한다. 이미 충만한 가슴이 감성으로 차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