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투어를 위한 준비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진수는 장거리 투어일 것이다. 쾌속 질주의 짜릿함과 맨몸으로 마주하는 야성의 바람은 라이더를 이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 놓는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교외의 탁 트인 도로를 달리면 세찬 바람에 실려 오는 온갖 향기와 풀벌레 소리까지 자연이 허락하는 모든 것을 맨몸으로 맞는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마치 진공 상태와도 같은 거침없는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초급 단계를 넘어서면 이러한 자유를 찾아 멀리 떠나고 싶은 열망을 품게 된다. 나 또한 석양이 물들어 가는 어느 이름 모를 고갯길 정상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는 상상을 하며, 장거리 투어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이제 막 초보 티를 벗은 신출내기에게는 장거리 투어에 앞서 준비할 것들이 제법 많다.
우선은 전국 일주나 해외 투어에 앞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의 비교적 짧은 코스를 여러 번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장기 일정도 무사히 완수할 수 있는 내공을 만들어 줄 것이며, 세계 일주도 두렵지 않은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안전한 장거리를 투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우선 일정과 거리를 떠나 안전한 투어를 위해서는 라이더와 바이크 모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라이더의 건강 상태가 완벽하다면, 바이크의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 상태, 체인(또는 벨트) 장력, 냉각수와 브레이크액, 엔진오일 등의 상태를 점검하고 출발해야 바이크 고장이나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의 방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기본 조건을 갖추었다면 투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투어 계획의 핵심은 최종 목적지와 세부 일정을 자세히 정하는 것으로 투어가 고난의 행군이 되지 않도록 라이더의 체력과 운전 실력을 고려해야 한다.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짜면 중간에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지나치게 느슨하면 어영부영하다가 투어가 아닌 목적지 왕복 라이딩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투어의 목적에 맞게 세부적인 시간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맛집 투어와 같이 테마를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면 세부 코스, 즉 목적지까지의 이동 경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코스를 정할 때는 출발지로부터 도착지까지의 경로와 예상 소요 시간, 그리고 도로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이동하고 주유와 휴식이 가능한 지점들을 미리 확인한다. 그리고 경로상 도로의 경사나 굴곡의 정도를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보다 안전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장거리 투어일수록 휴식 장소를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라이더의 건강과 컨디션 유지를 위한 숙소 예약은 물론이고 지역의 명소나 유적지, 맛집, 유명 사진 촬영지 등을 휴식 포인트로 정하면 라이딩이 더욱 알차고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로드뷰와 같은 지도 서비스를 통해 현장을 미리 확인하면,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투어의 목적과 바이크의 특징에 맞는 코스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어의 목적이 스피드나 와인딩을 즐기기 위한 것인지, 목적지 방문을 위한 이동인지 등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 가령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는 루트는 다양하다. 와인딩을 제대로 즐기고 싶고 본인이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면 미시령 옛길이나 한계령을 코스로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에 100% 확신이 없다면 미시령 터널을 통해 안전하고 빠르게 가는 것이 상책이다.
다음으로 기상 상황 체크와 대비이다. 바이크는 기본적으로 라이더의 전신이 외부로 노출되는 운송수단으로 기상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섰다가 폭우를 만난다면 빗길 운전의 위험과 함께 저체온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른 봄이나 늦가을처럼 일교차가 심한 날은 특히 보온을 위한 여벌 옷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몇 년 전 가을에 충주를 다녀온 적이 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영상 25도 정도여서 가벼운 여름용 라이딩 재킷만 입고 나섰다. 하루 종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라이딩을 즐겼지만 저녁이 다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졌고 소나기까지 내리는 바람에 추위에 떨면서 간신히 여정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나는 감기 몸살에 걸려 한동안 고생을 했다.
마지막으로 투어를 위한 소요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가야 간신히 주유소나 집 한 채 나올까 말까 한 광활한 나라도 있지만 우리는 모든 분야에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빠른 조치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변수나 사고에 대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전한 투어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물이다. 특히 땡볕을 달려야 하는 여름철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이므로 이온 음료나 물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불안정한 기상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의(비옷)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우의는 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체온 유지에도 도움이 되므로 사시사철 수납공간에 넣고 다니기를 추천한다. 아울러, 타이어 펑크에 대비하기 위한 수리 키트(일명 지렁이)와 전동 펌프, 그리고 보험사 및 오토바이 견인업체 연락처를 준비하면 심리적으로 한결 안심이 된다.
이외에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 그리고 보험가입증서는 장거리 투어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라이딩에서도 항상 소지해야 할 필수품이다.
이렇게 준비를 완료했다면, 이제 바이크의 연료를 가득 채우고 부푼 기대와 설렘 속에 힘차게 출발하면 된다. 장거리 투어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이자, 낯선 세상에 도전하는 탐험과도 같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멋진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