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를 타는 초보의 자세

안전한 와인딩

by 배용현

코너를 타는 초보의 자세(안전한 와인딩)


바이크를 타다 보면 수많은 코너와 회전 구간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곡선으로 이어지는 코너는 속도를 약간만 줄이면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급격하게 꺾이는 코너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100% 중앙선을 넘어가거나 슬립 하기 마련이다.


레이싱 장면을 보면 운전자의 무릎이 트랙에 닿을 정도로 바이크를 눕혀(행오프) 코너를 빠져나가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도로에서는 급격한 코너를 그렇게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코너를 벗어나자마자 또 다른 코너가 나타나는 등 다양한 변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좌우 회전이나 유턴도 버거운 초보 라이더이므로 일반 도로에서의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들목의 회전 구간이나 교외의 굽은 도로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법(레이싱 스킬이 아닌 안전한 라이딩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우선, 안전한 코너링을 위한 제1 원칙은 코너 진입 전의 충분한 감속과 시선 처리이다.

코너가 보이기 시작하면 자신이 수월하게 바이크를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속도를 줄여야 하며, 코너가 끝나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려 가능한 코너 이후의 도로 상황까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코너를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코너가 이어서 나올 수도 있고, 코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장애물(고장 차, 사람이나 동물, 도로에 방치된 물건 등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age by Dave Leach from Pixabay.jpg 안전한 코너링을 위해서는 적정 속도와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Image by Dave Leach from Pixabay)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탈출 방향으로 시선(눈동자)만 돌려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전체를 코너 진행 방향으로 확실하게 돌려 무게 중심을 회전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바이크는 시선이 고정된 방향을 향해 저절로 기울면서 회전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머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깨가 돌아가고 전체적으로 상체가 코너 탈출 방향을 향하면서 무게 중심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라이더 행동과 바이크의 반응을 일컬어 셀프 시티어링(Self Steering)이라고들 부른다.


아울러, 코너에 진입할 때는 최대한 회전 방향으로부터 멀리서 시작해야 여유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가령 오른쪽 방향의 코너를 탄다면 차선 왼쪽에 붙어 진입한 후 차선 우측에 붙어 나간다고 생각해야 도로를 이탈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Image by karlpusch from Pixabay.jpg 왼쪽 코너를 돌기 위해 차선 우측으로 붙어서 진입하고 있으며, 시선은 탈출구를 향하고 있다.(Image by karlpusch from Pixabay)

코너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안정적인 기울기와 방향이 확보되었다면 이제는 서서히 속도를 높여 적절한 기울기를 유지하면서 코너를 탈출한다. 이때 라이더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향에 개입 할 수 있는데 바이크를 기울이고자(선회 또는 진행시키고자) 하는 방향의 핸들을 앞으로 밀어주거나 위에서 아래로 눌러주면 더 빠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선회하기 위해 핸들 우측 핸들을 밀거나 누르면 바이크의 바퀴는 순간 왼쪽 방향으로 틀게 되는데 이때 바이크는 외력으로부터 자신의 본능을 지키기 위해 바퀴가 순식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자체는 더 크게 오른쪽으로 눕거나 선회한다. 마치 자전거를 탈 때 자전거가 넘어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트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보인다. 이런 운전법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을 때나 노면의 장애물을 회피하는데 유용하다.


그런데 실제 도로 환경은 기찻길 같은 반듯하고 깔끔한 레일이 아니며, 수많은 변수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코너 밖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깊은 헤어핀 구간이나 오르막 경사에서 만난 거의 U턴 수준의 코너는 웬만한 고수도 당황하게 만든다. 이러한 마(魔)의 구간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감속을 통한 적정 속도의 유지와 시선 처리뿐이다.


또한, 경사면에서의 급커브나 U턴 시 적절한 트랙션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이크는 자동차와 달리 바퀴가 2개밖에 없다. 따라서 이 2개의 바퀴로 충분한 접지력을 확보해야만 균형 유지와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노면이 불안정하고 기울어져 있거나 코너 구간에서 구동력을 잃으면 바이크는 기운 방향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코너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뱅킹각과 트랙션 유지이다.

뱅킹각은 바이크가 선회 중 발생한 원심력으로 인해 차체가 기우는 각도를 말하며, 트랙션은 접지력 내지는 구동력을 의미한다. 보통은 뱅킹각이 깊어지면 구동력 내지는 접지력이 낮아지고 바이크가 덜 기울면 제대로 코너를 탈출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트랙션 유지는 안정적인 주행에 핵심 요소가 된다. 트랙션이 무너지면 바이크는 균형을 잃거나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적절한 트랙션 유지는 적정 속도 유지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특히 국도의 나들목과 같이 O자에 가까운 경사로 이루어진 코너를 안정적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속도를 유지가 필요하며, 이는 일정한 속도를 통해 바이크의 기울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킷이 아닌 공도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바이크를 기울일 수 있느냐 보다는 안전하게 코너를 탈출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코너를 많이 타다 보면 조금씩 빠른 속도로 코너 탈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니 처음부터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와인딩을 즐기기 바란다. 어느 정도의 경사에서 몇 단 기어가 적절한지, 바이크의 기울기와 이 뱅킹각을 유지하는 데는 적당한 속도가 얼마였는지를 익히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점차 실력이 늘어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바이크 입문 첫 해에 양평을 경유해 청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때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 어느 가을날 나는 유명산 언저리에서 제법 급한 코너를 만났다. 그 코너를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이 들이도 전에 또 다른 코너가 나왔고 곧이어 자동차가 한 대 갑자기 튀어나왔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급브레이크를 잡았고 시선은 계속 자동차를 향해 있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한 바이크는 계속 내달렸으며, 어느덧 스스로 선 바이크는 중앙선을 훌쩍 넘겨 건너편 갓길에 멈추었다. 갓길 아래는 10미터도 훨씬 넘을 듯한 계곡이었고 마침 반대편 차도로 차가 오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코너에서의 시선 처리와 적정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깨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화창한 날씨에 맑은 공기를 맡으며, 한적한 숲길에서 즐기는 와인딩은 바이크 라이더만이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이 짜릿한 경험이 과시욕이나 목숨을 건 무모한 모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복잡한 이론이나 용어의 이해보다는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시선 처리와 트랙션 유지와 같이 기본기에 충실하며 바이크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함을 늘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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