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꿍 피하기
라이더 중에 한 번쯤 제꿍(스스로 넘어짐)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노련한 라이더라도 사소한 실수나 잘못된 판단은 큰 사고를 부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바퀴가 2개뿐인 바이크는 구조적으로 무게 중심을 잃는 순간 한쪽으로 넘어지는 태생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제꿍 하기 쉬운 대표적인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바이크가 멈추는 지점에 땅 꺼짐이나 패임이 있는 경우이다. 가령, 정차를 위해 두 발을 동시에 내렸는데 왼쪽 발이 오른쪽 보다 한 뼘 정도 더 내려간다면, 순간 당황하여 균형을 잃고 만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했는데 마치 한쪽 발이 한길 낭떠러지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대쪽 다리로 최대한 버티면서 상체를 반대방향으로 틀어 바이크의 균형을 잡아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착지면이 기름 등으로 오염되어 미끄러운 상황이다. 이런 곳은 기름 범벅인 주유소나 블랙 아이스가 깔린 결빙 구간 외에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공사장 주변의 철재 바닥, 도로에 페인트로 그려진 횡단보도나 진행 방향 표시 부분 등이 있으며, 공사장 주변의 고운 자갈이나 토사가 깔린 구간도 매우 미끄럽다.
그리고 도로 상황과는 별개로 바이크를 기울여 천천히 코너를 도는 도중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그대로 쓰러질 확률이 높다.
제꿍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급정지를 피하고 여유 있게 감속하면서 정지 지점의 노면을 잘 살피는 것이다. 바이크 속도를 줄일 때나 발이 지면에 닿기 전에 육안으로 바닥의 상태를 확인하고 충분히 속도가 줄었을 때 발바닥의 감각으로 노면의 미끄러운 상태나 굴곡 정도 등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만약 발을 헛디뎠거나 미끄러졌다면 바이크가 통제 불능 상태까지 기울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의 초보 라이더는 이런 상황에 쉽게 당황하기 마련이고 ‘아차’ 하는 사이에 바이크는 쓰러지고 만다.
또 다른 경우는 센터 스탠드를 세우려다가 바이크와 함께 넘어지는 경우이다.
센터 스탠드는 장기 주차나 엔진오일 교체와 같은 간단한 정비 등을 위해 바이크를 똑바로 세워야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데 센터 스탠드는 강철로 만들어져 발판이 매우 미끄러우므로 젖은 신발로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센터 스탠드의 사용은 주로 주차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이크가 넘어지면서 다른 바이크나 차량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이와 같은 넘어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탠드 발판에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일단 바이크가 이미 넘어졌다면 최대한 빨리 일으켜 세워 후속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그런데 나처럼 연약한 사람에게는 육중한 바이크를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만약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바이크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런데 바이크를 세우는 요령을 자세히 서술하기에는 나의 글솜씨가 한없이 부족하기에 기본적인 내용만 전하겠다.
우선 제1 원칙은 팔과 허리가 아닌 하체를 이용해 밀어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경사진 곳에서 넘어졌다면 더 이상 바이크가 밀려나지 않도록 기어를 1단에 물려 놓고, 핸들과 텐덤 손잡이(또는 시트 쪽의 철재 메인 프레임)를 잡고 하체의 힘을 이용해 밀어서 세워야 한다. 이때 라이더는 바이크를 등지고 시트 측면(또는 연료탱크)에 엉덩이를 붙인 상태로 뒷걸음질로 미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가슴을 바이크에 붙이고 미는 방법이 있다. 가능하면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로 핸들을 밀어야 바이크에 접시력이 향상되어 더 이상 밀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만약 오른쪽으로 넘어졌다면 킥 스탠드를 미리 세워두는 것이 좋다. 또한 카울과 같이 약한 부분을 잡고 밀거나 당기면 파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자세한 요령은 선배 라이더들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잘 보고 익혀두기 바란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지금까지 네 번의 제꿍을 경험했다. 네 번 모두 입문 1년 차에 있었던 일로, 당시만 해도 제대로 방법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네 번 중 한 번은 비 오는 날 센터 스탠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넘어간 것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감속과 정차 과정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 사고는 일요일 이른 아침, 한적한 도로에서 오르막 출발을 연습할 때였다. 처음부터 너무 가파른 길에 도전해서 인지 몇 번을 시도해도 출발이 되지 않고 계속 기동만 꺼뜨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나는 낙담한 상태로 바이크를 도로 한쪽에 세우기로 마음먹고 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바이크를 인도 쪽으로 바짝 붙여 오른쪽 발을 인도 경계석에 올린다는 것이 그만 도로와 인도 사이의 배수로를 짚으면서 마치 허공을 딛는 느낌과 함께 그대로 바이크가 넘어갔다.
보통의 도로는 빗물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중앙선을 기준으로 도로 양쪽으로 약간 기울게 설계되기 마련인데 당시 그 도로는 유난히 경사가 컸고 배수로 또한 깊었다. 바이크를 구입하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기여서 혹시 어디 깨진 곳은 없는지, 오일류가 세지는 않는지 확인하고는 이를 어쩌나 싶어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맞은편 차선으로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30대 후반의 남성이 차를 세우고는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붉은 태양을 등지고 걸어오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했으며, 짙은 수염과 이른 아침의 미풍을 타고 날리는 반쯤 풀린 긴 파마머리가 마치 예수님의 강림처럼 느껴졌다.
이 구세주는 순식간에 바이크 세우는 시범을 보여주고는 “안전 운전하세요.”라는 짧은 한마디만을 남긴 채 홀연히 트럭을 타고 떠나 버렸다. 나는 그분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며, 지금도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두 번의 제꿍은 모두 급한 경사로 이루어진 골목에서 큰길로 빠져나가기 위해 우회전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잡는 바람에 일어났다. 이때도 저속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큰 피해는 없었고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분들의 따뜻한 손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도움이었으며, 역시 바이커들은 의리 있는 멋진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사고는 항상,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늘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올바른 습관을 들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미리 공부하고 익혀두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험 특약이나 견인 서비스 전화번호 등을 저장해 두면 좋다.
그리고 당신이 제꿍 한 라이더를 발견한다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 바란다. 그들에게 당신은 구세주로 보일 것이다.
TIP
* 투어러나 클래식 바이크라면 사이드백을 달아두면 좋다. 사이드백이 완충장치 역할을 하며, 충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바이크 바디에 흠집이 나는 것도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크 타기가 아닌 바이크 끌기 연습을 많이 하면 정지 상태나 저속에서의 균형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