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길에서 만나는 지옥의 문

오르막 경사로에서의 출발과 유턴

by 배용현

바이크를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반 클러치 상태에서 스로틀을 감아 출력을 높인 후 바이크가 움찔하기 시작하면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서서히 풀어주면서 점차 가속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오르막 길에서는 평지와 달리 바이크가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를 않아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 이유는 적당히 반 클러치 조작만으로도 출발이 가능한 평지나 내리막 길과 달리 오르막 길에서는 더 강력한 출력의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반 클러치 상태가 길어지고 가속이 늦어지면, 바이크는 뒤로 밀리기 시작하고 이에 당황한 나머지 십중팔구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시동을 꺼트리게 된다. 이때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고 시동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 클러치 상태에서 더 센 힘이, 그것도 평지보다도 더 강하고 빠르게 가해져야 한다.


그런데 초보 라이더에게는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시동을 꺼뜨리지 않기 위한 적절 시점과 출력 찾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어서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새 바이크를 영접한 초보 라이더들이 천신만고 끝에 지옥의 문과 같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무용담을 흔히 들을 수 있는 것만 봐도 오르막 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지하 주차장 말고도 이런 난코스는 지방도가 교차되는 나들목, 고가도로 진입부 등 거의 모든 도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솔직히 나는 지금도 이런 길이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조금 더 당황스러운 상황은 급경사의 오르막길에서 만난 정체 구간이다. 오르막을 마주하는 것조차 두려운 초보 라이더에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바이크가 움직임을 보이는 반 클러치의 유격점이 평지 보다 더 뒤에 있다고 생각하며 클러치를 조작해야 한다. 유격점이 더 뒤에 있다는 말은 평지에서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통상의 상황보다 더 큰 출력이 필요하다(스로틀을 감아 RPM을 높여 주어야 한다.)는 뜻이며, 클러치를 더 많이 놓아도 바이크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는 시동이 꺼지는 지점까지 클러치를 놓아도 바이크는 요지부동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엔진 소리와 진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과도한 경사각으로 전진하려는 힘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스로틀 조작을 통해 일정하게 출력을 유지해야 시동이 꺼지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


오르막 유턴(Frass프래스).jpg 오르막 경사로에서의 정차와 출발한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Frass프래스 유튜브 채널 캡처)


가파른 오르막에서 능숙하게 출발하는 것은 오랜 경험을 가진 고참 라이더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습으로 극복하지 못할 난관은 없다. 적당히 완만한 경사로에서 반 클러치 상태로 브레이크를 놓아도 바이크가 그대로 멈추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낮은 경사도에서 시작해서 점차 경사도를 높여가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기어는 당연히 1단에 놓여 있어야 제대로 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바이크의 안정적인 균형 유지를 위해 두 발로 바이크를 지탱(리어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서는 오른쪽 발로 땅을 짚는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하고 프런트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동시에 스로틀을 감아 오르막 정차 구간을 탈출한다. 그러나 당신이 바이크의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거나 적당한 균형감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리어 브레이크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리어 브레이크 사용으로 더 자유로워진 오른손은 보다 섬세한 스로틀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어 시동 꺼뜨릴 확률을 조금 더 줄여 줄 것이다. 또한 더 능숙해지면 정체 구간에서도 마치 스쿠터처럼 매뉴얼 바이크를 조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런데 초보 라이더에게 있어 이러한 오르막 경사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진짜 최악의 상황은 따로 있다. 바로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의 '유턴'이다.

'무조건 직진'을 좋아하는 바이크의 구조적인 특성상 급격한 좌·우회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급격한 경사에서의 유턴은 난이도가 높은 코스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다. 오르막 길에서 유턴을 한다는 것은 정지 상태에서 반대 방향, 즉 내리막 길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은 안정적인 상태에서 적정 속도를 통해 뱅킹각을 유지하며 코너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오르막에서 멈추었다가 출발하는 것만으로도 진땀 나는 상황인데 기울어진 도로 지면만큼 바이크가 기울었다고 생각해 보면 그 공포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바이크가 경사진 도로에 횡으로 멈추었다면....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바이크는 내리막을 향해 완전히 누워 버릴 것이고, 당신의 왼쪽 어깨와 다리는 바이크에 깔린 채 내리막 길을 미끄러져 내려갈지도 모른다.


이러한 극악의 오르막 길 유턴을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전이굴(不戰而屈), 내지는 삼십육계 주위상책(三十六計 走爲上策), 즉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난관을 두려워하고나 고민할 필요 없이 무심한 듯 고개를 넘어 평지에서 유턴하거나 P턴을 하면 된다.

그런데 부득이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 발에 이용해 바이크의 균형을 잘 잡은 후 본격적으로 좌회전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바이크를 최대한 오른쪽으로 기울여 천천히 돌아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 아울러 혹시 모를 갑작스러운 스로틀 조작에 대비해 앞차와의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5분 아끼려다가 나의 소중한 바이크는 물론 내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필요는 없다. 오르막 경사로에서의 유턴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코스는 피해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처음부터 바이크를 완벽하게 타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연습, 그리고 현명한 판단만이 나를 진정한 바이크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고 냉소적 시선과 적의로 가득 찬 도로 위의 자동차들 사이에서 화려한 빛을 발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전 08화바이크 감성의 정수, 기어 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