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바이크의 감성 즐기기
클러치 작동감을 완전히 익히고 더 이상 시동을 꺼뜨리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본격적인 주행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라이딩을 통해 속도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크의 질주 본능을 깨우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기어 변속이다.
매뉴얼 바이크는 기어를 적절히 사용해 주어야만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한데 보통의 초보자라면 언제 기어를 변속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스틱 자동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라이더라면 비교적 쉽게 방법을 찾겠지만 완전 자율주행을 목전에 둔 요즘 같은 시대에는 1종 보통 면허 소지자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처음 바이크를 타면서 가장 궁금하고 어려웠던 것이 기어 변속 시점이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어 변속 시점은 정해진 답이 ‘없다’가 정답이다. 도로가 평지인지 언덕인지에 따라 타이밍이 달라질 수 있고, 바이크의 길들여진 상태와 배기량 등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물론, 기계공학적으로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바이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기에 그러한 규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유튜브를 종횡무진하는 선배 라이더들의 가르침(성의 없이 들리겠지만 이것이 만고의 진리이다.)처럼 속도 또는 RPM이나 엔진의 소리로 변속 시점을 판단하면 된다. 이 3가지 요소는 결국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속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엔진의 출력 즉, RPM이 오른다는 것이고 RPM이 올라가면 엔진음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우선 1단으로 출발해서 풀 스로틀을 당겼음에도 더 이상 속도가 오르지 않고 엔진이 굉음만 토해 낸다면 그때가 2단으로 변속해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엔진에게 과도한 무리를 주지 않고 좋은 연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굉음이 나기 전에 기어를 변속하는 것이 좋다. 이후 변속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각 기어 단수별로 발휘할 수 있는 힘과 속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6단까지 올렸다면 도로의 경사나 바이크의 속도를 고려하여 계속 유지하거나 단수를 내려주면 된다.
반대로 기어를 내릴 때는 속도가 줄어들어 가속을 위한 힘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어떤 라이더는 시동이 꺼질 듯이 덜덜 댄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단수를 내렸다가 적당한 힘(RPM)이 확보되면 다시 올려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겠다면 일단 시동 후 '처음 출발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와 같이 강력한 힘이 필요하면 저단, 가속을 위해서는 고단을 사용한다.'는 기어 변속의 대원칙을 이해하고 그 감각을 익히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오르막이 아닌 평지의 경우 출발 후에 바로 2단으로 변속하고 그다음 단수부터는 3,000 RPM을 전후해서 변속을 해주는 것이 연료 절약과 엔진 보호에 좋다. 이 RPM 구간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를 익혀두면 계기판을 보지 않고도 기어 변속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의 바이크(BMW F800GT)의 경우 1단만으로도 시속 90km/h 이상을 달리 수 있지만(물론 1단으로 40km/h 이상 속도를 내면 RPM이 레드라인에 근접하며, 엔진은 굉음을 낸다.) 나는 보통 평지의 경우 시속 30~40km 정도에서 2단으로 변속을 하고 50~60km/h 구간에서 3단으로 변속을 한다. 이후 단수는 속도와 RPM(3,000 RPM 전후) 상태에 따른다.
그렇다면 낮은 단수로 계속 고속 주행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기름을 많이 먹고 엔진 과열이 생길 수 있다. 사람이든 기계든 무리해서 쓰는 것은 수명에 나쁜 영향을 준다. 물론 폭발적인 스피드를 원한다면 1단부터 시작해 6단에 이르기까지 각 단 마다 RPM의 레드존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레이스 트랙이 아닌 이상 일반 도로에서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미도 없다.
반대로 저속에서 너무 높은 단수를 사용하면 어떨까? 충분히 RPM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고단을 사용할 경우 바이크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 결국 시동이 꺼지는 참사를 맞게 된다.
다음으로 기어 조작 방법을 보다 상세히 알아보겠다.
기어 조작은 우선 클러치를 끝까지 확실하게 잡은 후 기어 페달을 밟아 내리거나 발등으로 올리면 끝이다. 바이크를 출발시키기 위해 중립 상태(N단)에서 기어 페달을 밟아 1단을 넣었다면 2단부터는 클러치를 꼭 쥔 상태로 기어 페달을 발등으로 걷어차 올리면 된다. 반대로 저단 기어로 내릴 때도 클러치를 끝까지 잡은 후 기어 페달을 밟아 1단까지 내리면 끝이다. 기어가 1단까지 내려가면 기어는 아무리 밟아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기어 변속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변속 페달을 강한 힘으로 확실하게 밟거나 올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매하게 기어가 잘못 들어간 경우 아무리 스로틀을 당겨도 동력이 전달되지 않는 N단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마치 자전거 변속 과정 중 체인이 빠진 것과 유사한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런 경우 즉시 클러치를 잡고 다시 한번 확실하게 기어를 조작하면 곧 정상을 되찾게 되니 당황하지 말고 신속히 조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기어 변속이 완료되었다면 클러치는 언제 놓을지 궁금할 것이다. 당연히 기어 변속이 끝난 시점에 천천히 놓으면서 스로틀을 감아주면 된다. 클러치를 너무 빠르게 놓으면 기어 오작동으로 인해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
아울러, 일부 고수들은 클러치를 쓰지 않고 기어를 변속하는 일명 '레브매칭' 기술을 쓰기도 하는데 트랙에서의 고속 주행이 아닌 이상 얼마나 유용한지 의문이고 엔진에 무리를 주어 안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중립 기어(N단)는 말 그대로 엔진과 바퀴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며, 주로 주정차 시에 사용한다. 보통의 바이크는 1단과 2단 시에 N단이 있다. 바이크에 디지털 모니터가 없는 클래식 바이크도 N단은 계기판에 표시('N'이나 주황색 표시 점등)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N단은 기본적으로 정지 상태에 필요한 단수이므로 굳이 6단 다음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 그럼 1단 앞에 N단을 놓으면 좋을 듯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안전한 주행과 정차를 위해서다. 가령 N단이 1단 앞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계기판에 현재의 기어 단수가 표시되지 않는다면 라이더는 1단을 넣는다는 게 그만 N단을 넣는 실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 1단을 넣었는데 N단이 들어간 상황이라면 당신의 바이크는 가속력이 더해져 엄청난 속도로 내리막을 질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립 기어를 넣고 싶다면 현재의 단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1단까지 내린 후 다시 반만 올린다고 생각하고 살짝 밀어 올리면 된다. 물론 자신이 현재의 기어 단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2단에서 바로 N단을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N단을 넣는 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나는 지금도 1단과 2단 넣기를 무한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러다 보면 기어가 더 이상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고 먹통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클러치를 꼭 잡은 상태로 바이크를 앞이나 뒤로 밀어 바퀴를 움직여 주면 꼬였던 기어가 풀려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어 변속 방법고 기어 변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살펴보았다. 다소 장황하고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운항 마일리지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채득 되는 스킬이니 차근차근 몸으로 익히길 바란다.
나는 바이크 출발을 위해 1단을 넣을 때 '철컥'하고 기어가 체결되는 소리를 들으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과 전율을 느낀다. 또한 현재의 속도와 도로의 상태에 따라 기어를 조작하며 느끼는 거친 감성은 라이딩의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이런 여러 거추장스러움과 불편함마저도 짜릿한 즐거움과 자부심이 되는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TIP
* 고가의 최신 바이크들은 오토홀드(일종의 주차 브레이크)를 제공하지만 웬만한 바이크는 이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경사로에 정차할 경우 브레이크를 놓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게 되며, 내리막 길에 기어를 중립(N단)에 놓고 주차할 경우 바이크가 그대로 굴러 내려가는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바이크라면 경사진 곳에서의 주차를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면 기어를 1단에 넣은 상태여야 바이크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내리막 길 방향으로 주차한 경우 자칫하면 바이크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킥스탠드가 저절로 접혀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