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도 시동부터
바이크에 키를 꼽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엔진이 뿜어내는 굉음과 거친 진동이 바닥을 통해 전달된다. 이때부터 운전자는 본격적인 흥분과 긴장을 느끼게 되며, 기어를 1단에 물리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전진하기 시작한 바이크는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안정적으로 나아가고 운전자의 의지와 통제에 따라 움직인다.
이렇게 잘 출발한 바이크는 인간의 질주 본능을 깨우며, 속도가 조금 붙으면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해 준다.
그러나, 바이크 초심자들은 십중팔구 출발은 커녕 1미터도 나가지 못하고 시동을 꺼뜨리기 일쑤일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바이크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를 꼽고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키를 꼽고 돌리는 동작만으로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와 달리 바이크는 키를 꼽고 보통은 핸들 우측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만 비로소 시동이 걸린다.(스마트키나 킥 스타트는 제외)
이런 절차에 따랐음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탠드가 세워진 상태로 기어가 1단에 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어가 중립(N단)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이는 배터리가 방전되었거나 연료가 바닥난 경우일 수 있다.
시동을 건 후에는 바이크의 각 기관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각종 오일류 등이 순환할 수 있도록 1~2분 정도의 예열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라이더는 이 예열 시간 동안 타이어를 비롯한 외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라이트와 방향지시등과 같은 전자장치가 정상 작동 여부와 브레이크 액과 패드의 상태, 냉각수 잔량 등을 체크한다.
이러한 사전 점검과 함께 헬멧과 장갑 등의 안정 장구 착용까지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바이크를 출발시키기 위해 클러치와 프런트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로 기어를 1단에 넣는다. 이때 스탠드를 접어 두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것과 반대로 시동이 자동을 꺼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시동이 걸렸다면 이제 출발할 차례다. 바이크를 출발시키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다만 클러치에 대한 감을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기어가 없는 스쿠터나 저속 RPM 보조시스템과 같은 첨단 장비들이 달린 최신의 고가 바이크라면 모르지만, 일반적인 매뉴얼 바이크는 엔진이 만들어 낸 동력을 적절하게 바퀴에 전달 또는 차단하기 위한 클러치의 조작이 필수이다. 그러나 라이더가 이러한 동력 전달의 메커니즘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의 바이크는 토라져 시동을 멈춰 버리게 된다.
애당초에 고속 질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바이크는 달릴 때보다, 속도가 과도하게 줄거나 멈추었을 때가 더 위험한 존재이기에 적절한 속도를 유지해야만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바이크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그저 적당히 스로틀을 당기기만 하면 바이크는 자기가 알아서 자세와 균형을 잡고 나아간다.
바이크가 세워진 곳이 흙 한 톨 없는 깨끗한 평지라면 기어를 1단에 놓고 반 클러치를 놓으면 바이크는 마치 기지개를 켜듯 움찔하기 시작한다. 이때 브레이크를 살짝 놓으면 비로소 바이크는 전진을 시작한다. 이렇게 바이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스로틀을 감음과 동시에 반만 놓은 클러치를 천천히 놓으면 바이크는 본격적인 순항에 돌입한다.
매우 간단하고 쉬운 조작이지만, 초심자에게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우선 바이크 자체가 품어내는 중압감과 공포에 압도당한 운전자는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이다. 또한 왼손과 오른손, 필요에 따라 왼발과 오른발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게 그지없다.
머릿속에서는 반 클러치 상태에서 스로틀을 당기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손은 스로틀 조작 없이 하염없이 클러치만 계속 내려놓고 있거나 꽉 쥐고 있는 브레이크를 잊고 있기 십상이다. 이러면 시동은 여지없이 꺼진다.
반 클러치 상태는 말 그대로 동력이 완전히 차단 또는 연결된 상태가 아닌 어정쩡한 중간 단계이다. 이 상태에서는 최적의 도로 상태가 아닌 이상 출발과 가속에 필요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한다면 시동을 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동을 꺼트리지 않고 원활히 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클러치의 유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어느 정도 클러치를 놓았을 때 바이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찔하는지(대부분 앞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프런트 타이어가 눌리거나 리어 타이어가 들리는 느낌이 든다.), 바이크는 사람이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로 속도가 붙으면, 클러치를 완전히 놓더라도 시동은 꺼지지 않는다. 이 속도는 바이크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 속도와 시점을 빨리 찾으면 운전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렇게 열심히 따라 했는데도 시동을 꺼뜨리고 말았는가?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또한 상당한 기간 동안, 출발도 하기 전에 시동을 꺼뜨렸고 사실은 지금도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빠르게 출발하지 못하거나 가끔은 시동을 꺼뜨려, 뒤차의 경적 세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바이크가 익숙해지고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지면 누구나 큰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시동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TIP
* 보통의 매뉴얼 바이크는 왼쪽과 오른쪽에 페달이 각각 1개씩 있다. 왼쪽이 기어(변속기)이고 오른쪽이 리어 브레이크이다.
기어 작동은 아래로 내릴 때 1단이 들어가며, 살짝 올리면 N단(중립), 그다음 2단부터 6단까지는 클러치를 잡은 상태에서 왼발 발등으로 힘차게 올리면 된다. 반대로 기어를 내릴 때는 발바닥으로 가볍게 밝으면 1단까지 내려가게 되며, 1단까지 내려가면 기어는 더 이상 밟히지 않는다. 기어 변속과 제동은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