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장구와 복장의 중요성
바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된 원인은 사망 내지는 중상 사고에 대한 우려와 과거의 폭주족에 대한 기억, 그리고 일부 라이더들의 불쾌감을 주는 운전 매너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바이크를 자동차로 취급하지 않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륜차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이크는 염연히 바퀴가 두 개 달린 자동차이다.(자동차관리법 제3조)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라이더들의 인식이나 운전법이 자동차를 몰 때와 같은지 반문하고 싶다. 도로에서 만나는 다수의 라이더들은 막히는 도로를 참지 못하고 갓길로 질주하고 차선을 위반하거나 차량 사이를 오가며, 무리한 끼어들기로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등 도로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또한, 소음기의 개조나 특이한 경음기 또는 경광등의 사용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나만의 멋과 만족을 위한 여가 활동이자 레저인 라이딩이 타인에게 불편함과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복장과 안전 장구에 관한 문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람을 외형적으로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복장이다. 전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신분과 경제력, 직업 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복장이나 장신구를 법률로 정하기도 했으며, 신분제가 폐지된 현대에도 노동자 직군을 표현하는 경제 용어인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가 노동자들의 직군을 구분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등 복식은 단순히 기능적, 심미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군대와 경찰, 소방관 같은 국가 기관의 제복, 재판장의 법복이나 의사의 가운, 명문 학교의 교복 등은 해당 집단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아이템으로서 그 자체로 명예와 전통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장은 스포츠에도 투영되어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들은 복장과 장비에 대한 규정과 규격을 정하고 있다. 특히 소위 귀족 스포츠라는 승마와 골프, 테니스 등은 더 엄격한 복장 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헐렁한 민소매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승마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적절한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라이딩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안전 확보는 물론이고 오토바이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부정적 인식의 불식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노력과 인내 그리고 투자가 필요하다. 사실 라이딩 기어를 모두 챙긴다는 것이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특히, 여가형이 아닌 생계형 라이더들에게는 한여름에 그 두꺼운 장비를 모두 갖추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고 비용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라이딩 기어의 착용이 모든 라이더들의 품위와 명예를 상징하는 아이덴티티라는 암묵적인 규범이 형성된다면 더 이상 우리 라이더들이 잠재적 범죄자나 혐오의 대상이 아닌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동행자로 인식될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헬멧과 장갑 정도는 착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타의 안전 장구 착용은 다소 아쉬운 것이 현실이다. 사고 시 운전자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텍터가 내장된 라이딩 기어와 장갑, 그리고 발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부츠의 착용은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이며, 라이더를 더욱 멋져 보이도록 만드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장비들이 꼭 고가의 해외명품 제품일 필요는 없다. 저렴하면서도 안전이 인증된 우수한 품질의 멋진 제품도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품격과 품위는 절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 속에서 만들어진다. 라이더 자신의 안전을 위한 절제와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선량한 시민이자 동료 운전자들에 대한 배려로 품격을 지키는 라이더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