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들의 로망, 텐덤

사랑을 싣고 달리는 바이크

by 배용현

교외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육중한 바이크에 부인이나 자녀를 테우고 달리는 라이더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뒷좌석에 누군가를 테우고 즐기는 라이딩을 텐덤(Tandem)이라고 한다. 텐덤의 사전적 의미는 '자전거, 오토바이, 카누와 같이 탈 것을 이용한 경주에서 2인이 함께하는 경기'를 의미하지만 통상 바이크 리어 시트에 동승자를 테우는 것을 말한다.


혼다 골드윙이나 할리와 같은 멋진 바이크를 함께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중년 부부의 모습은 여간 멋스러운 것이 아니다. 예전 폭주족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분들은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요즈음 텐더머들은 각종 안전장구와 복장을 잘 챙기고 예의도 바른 편이어서 바이크 라이딩에 대한 인식을 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텐덤은 라이더와 텐더머가 바짝 밀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에 두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일체감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 사이의 우정을 확인하고 더욱 높여주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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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텐덤은 단순히 리어 시트에 사람 한 명이 더 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텐더머는 시트에 가만히 앉아있는 동승자가 아닌, 라이딩에 개입하고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라이딩 파트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속도가 붙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바이크와 라이더가 적절한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출발 또는 정지 직전과 급격한 좌우회전과 같이 느린 속도로 움직일 때는 바이크의 균형 유지가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텐더머가 뒤에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균형은커녕 제대로 운전하기도 힘들어질 것이기에 이때는 더욱 각별한 텐더머의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바이크가 정지하는 과정에 울퉁불퉁한 노면에 놓이면 바이크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보통의 라이더는 웬만하면 균형을 잡고 바이크를 바로 세울 것이다. 하지만 텐더머가 놀란 나머지 과도한 행동을 보이게 되면(보통의 사람의 경우 바이크가 한쪽으로 기울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몸을 옮기기 마련이다.) 균형을 잡으려는 라이더의 노력과는 반대로 바이크는 급격히 쓰러질 수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바이크는 리어 시트가 높게 설계되어 텐더머의 무게 중심이 높게 위치하고 있어서 텐더머의 작은 움직임도 라이더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본 장비만 세팅된 바이크를 탈 때와 사이드 박스나 탑 박스(또는 무거운 짐)를 싣고 운전할 때의 차이를 경험한 라이더라면 앞서 언급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사람은 탑박스처럼 가만히 고정된 물체가 아니기에 텐더머의 무게뿐만 아니라 작은 움직임과 행동이 바이크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텐더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텐더머의 첫 번째 역할은 바이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라이더를 돕는 것이다. 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될 때는 그나마 바이크의 직진 본능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텐더머가 조금 과도한 행동을 하더라도 관성의 법칙에 따라 스스로 균형을 잡지만 느린 속도나 정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라이더를 당황하게 하여 자칫하면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다음으로 텐더머는 코너링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가령 오른쪽으로 굽은 코너에 진입할 경우 라이더는 속도를 줄이고 고개를 오른쪽을 향해 돌릴 것이다. 이때 텐더머도 라이더의 행동을 따라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살짝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바이크가 보다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때 텐더머가 코너 상황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약속된 수신호나 세나 등을 통해 라이더가 미리 알려주면 마치 둘이 한 몸처럼 움직여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텐더머가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자신이 없다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코너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부동자세로 가만히 기다려 주는 것이 오히려 났다.


그리고 안전한 텐덤을 위해서는 라이더와 텐더머 사이에 수신호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가령 텐더머가 탑승할 때는 항상 바이크 좌측에서 우측으로 탄다거나, 올라타기 전에 라이더의 왼쪽 어깨를 2~3번 두드려서 탑승 의사를 밝힌 후 타는 것, 곧 요철이나 코너 구간에 접근한다는 뜻으로 수신호를 주는 것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사전에 약속해 놓으면 좋은 신호로는 라이더의 오른쪽 어깨는 한번 치는 것은 '텐더머가 자리를 고쳐 안거나 어떤 물건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겠다'는 뜻이라던지, 어깨를 두 번을 치면 '휴식이 필요하니 정차해 달라'는 것 등이다.

그냥 "세나와 같은 무선 통신기기를 통해 말로 하면 될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니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배터리가 방전되었거나 전파 방해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해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한 라이딩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텐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바이크 텐덤은 라이더와 텐더머 모두의 연습이 필요한 중급 이상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텐덤은 나뿐만 아니라 텐더머의 안전까지 보장해야 하는 도전이기에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텐더머 또한 바이크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 지식을 알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장거리 라이딩의 경우는 안전하고 편안한 투어를 위해 가급적이면 투어러나 네이키드 계열의 바이크를 이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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