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바이커의 겨울나기

방한 대책

by 배용현

필수 방한 용품

바이크의 가장 큰 적이자,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약점은 추위일 것이다. 추위는 그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라이더의 근육 활동성을 떨어뜨리고 운동신경을 둔화시켜 돌발 상황 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혹한의 겨울에도 라이딩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생계를 위해 부득이 바이크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혹독한 겨울을 비교적 덜 춥게 보내기 위한 장비를 소개하고 이어서 겨울철 바이크 관리 요령 등을 알아보겠다.


신체가 외부로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타야 하는 바이크는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폭염과 뜨거운 햇볕은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추위는 그 속도에 비례해 라이더의 고통지수를 더욱 높여준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영상 15도 아래로 내려가면 제법 추위를 느낀다. 보통 이 정도면 이른 봄이나 늦가을 날씨로 활동하기에 딱 좋은 기온이지만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가르면 체감온도가 떨어져서 다소 가벼운 복장으로는 쉽게 추위를 느끼게 된다.

정확한 비유와 계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상청에서 체감온도를 계산하는 방식을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 계산 공식은 “13.12+0.6215×T-11.37×V⁰﹐¹⁶+0.3965×V⁰﹐¹⁶×T”로 여기서 ‘T’는 기온(℃)을 의미하며, V는 10분 간 평균 풍속(km/h)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재 기온이 –5℃인 상황에서 시속 60km/h로 10분간 운행 중이라면, 라이더의 체감온도는 –16℃가 되며, 기온이 한파 경보가 발표되는 기준 온도인 –15℃에서 시속 60km/h로 운행한다면, 라이더의 체감온도는 –30℃까지 떨어지게 된다. 기온이 이 정도로 떨어지면 단순히 감기가 문제가 아니라 잠깐의 라이딩만으로도 동상은 물론 실혈관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크를 이용해야 한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복장이다. 당연히 방한용 재킷과 펜츠를 입되 두꺼운 옷을 하나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공기층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많은 옷을 껴입거나 두꺼운 옷을 입어 행동에 장애가 생기면 안 된다.

나 같은 상의는 두툼한 티셔츠에 얇은 경량 패딩을 입고 그 위에 겨울용 안감을 장착한 4계절용 재킷을 입는다. 그리고 하의는 기모 안감의 타이즈나 내복을 입고 그 위에 방풍 소재의 라이딩 펜츠를 입는데 이 정도면 어지간한 추위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라이딩이 필요하거나 몹시 추운 날씨라면 보조 배터리와 연결해 사용하는 열선 내장형 발열 내의가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겨울철에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아이템은 겨울용 바라클라바와 목토시이다. 목 부위의 보온만 잘해도 체온이 5℃ 이상 올라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툼한 털 목토시를 하고 그 안으로 바라클라바를 넣어 주면 턱 밑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 머리 전체의 온도를 유지시키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겨울용 바라클라바의 경우 머리부터 어깨와 목까지 감싸주는 제품도 있으니 편한 것을 구입하면 된다.


다음은 장갑이다. 겨울 라이딩에 있어서 가장 추위에 약한 부위가 손일 것이다. 손은 라이딩 포지션상 가장 앞쪽에 노출되며, 체온이 떨어지면서 겪게 되는 혈액순환 장애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신체 부위이기도 하다. 한겨울에 방한 장갑 없이는 10분만 달려도 손이 얼어서 클러치와 스로틀 조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만일 누군가 아무런 방한 대책이 없는 나에게 “방한 장갑과 재킷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방한 장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통상 영상권 겨울 날씨라면 두꺼운 가죽 장갑과 이너 글러브 정도로도 견딜 수 있겠지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방한 장갑이 필수이다. 그런데 장갑 보다도 더욱 확실한 방한 용품은 토시이다. 비록 모양이 투박하고 폼 나지는 않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방풍 및 보온 성능이 매우 우수하여 겨울철 라이딩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과 멋을 위해, 또는 아직 핸들의 여러 장치 활용이 익숙하지 않아 토시를 사용할 수 없는 라이더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라이더들은 발열 장갑을 활용하면 좋다.


보조 배터리로 작동하는 발열 장갑

발열 장갑은 내부에 열선이 내장되어 보조 배터리 또는 USB 전원과 연결해 사용하는 것으로 웬만한 추위를 이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웬만한 추위를 이긴다’. 는 말은 ‘하나도 춥지 않다.’ 거나 ‘매우 따뜻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도저히 손이 시려서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을 지경까지는 아니니 매우 유용한 아이템인 것만은 틀림없다. 만약 바이크 핸들에 열선 그립이 있다면 이들을 함께 사용하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열선 내장형의 전자식 발열 장갑은 소재와 배터리 용량 등에 따라 가격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전기 가열 방식인 만큼 과전류나 합선에 의한 화재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상적으로 유통된 인증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과 본인 손에 잘 맞고 그립감이 좋은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지나치게 두껍거나 뻣뻣한 재질로 제작되어 움직임이 불편한 장갑은 미세한 스로틀 조작과 클러치, 브레이크 동작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실제 착용해 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반면 발은 두꺼운 등산 양말에 가죽 소재의 라이딩 부츠를 신는다면 손처럼 큰 불편함은 느끼지는 않는다. 손에 그대로 밀착되는 장갑과 달리 그나마 부츠에는 공기층이 형성될 만큼의 여유 공간이 있어서 손에 비해 추위에 덜 취약하다. 참고로 부츠는 비단 겨울뿐만 아니라 발목 보호를 위해 종아리까지 오는 두툼한 가죽 제품을 사계절 사용하는 것이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이 외에 바람을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윈드 쉴드(윈도우 스크린), 열선 그립 또는 열선 시트 등의 활용이 가능하지만 바이크에 기본 장착된 장비가 아니라면 별도와 비용과 수고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열선 그립과 시트는 바이크의 예비 전력이 부족한 경우 배터리 방전의 주범이 되기도 하므로 짧은 거리 이동 시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바이크 관리

요즈음처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겨울은 바이크에게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실내 또는 지하 주차장에 보관하는 경우라면 덜 하겠지만 실외에 세워두는 바이크는 추위에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반은 기계이고 반은 전자장치인 바이크 또한 추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은 각종 오일 및 액체류(엄밀히 말해서 오일이나 액체가 이동하는 배관이나 튜브) 등이 추위로 굳거나 얼어있을 수 있으며, 타이어 또한 제 기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ABS 등 전자 제어 장치의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충분한 예열이 필요하다. 또한 출발 후 최소 10분 이상은 급제동과 급출발을 자제하고 과도한 코너링은 피하는 것이 좋다.

Image by Ralph from Pixabay

특히 겨울에는 배터리가 가장 취약하다. 자동차에 비해 작은 배터리의 크기와 용량으로 인해 기온이 낮아지거나 운행을 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효율이 쉽게 떨어져 시동이 잘 걸리지 않거나 방전될 수 있다. 어렵게 시동이 걸렸더라도 출력이 저하되어 오르막 출발 시 시동이 꺼지는가 하면 심할 경우 운행 중 멈추기도 한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면 점퍼 등을 통해 응급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제 성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얼마 가지 못해 다시 방전)가 있어서 그냥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


만약, 혹한기에도 라이딩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면 배터리를 분리해서 실내에 보관(전용 충전기가 있다면 충천 후 보관)했다가 추위가 풀리면 다시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때 바이크는 연료를 가득 채워서 보관하고 엔진오일 등 각종 오일 및 액체류와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체인 또는 벨트 상태 등을 점검 및 교환하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커버를 잘 씌워 봉인한다.


혹한기 도로 상태

겨울철의 도로는 말 그대로 지뢰가 사방에 깔린 전쟁터와도 같다. 큰 일교차로 노면의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사이, 도로는 쉽게 균열이 생기고 그 위를 무거운 차량들이 통행하면서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눈이라도 내리면 아무리 제설 작업이 잘 되었다고 해도 군데군데 눈덩이들이 남아있기 마련이며, 제설용 염화칼슘 덩어리들이 마치 한여름 땀에 절은 검은색 셔츠처럼 도로를 하얗게 물들이기 일쑤이다. 특히, 교량 구간이나 터널 입·출구 그리고 도심의 빌딩 숲에 드리운 블랙 아이스는 말 그대로 빙판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서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필요하면 두 발까지 이용해 걷다시피 위험 구간을 통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Image by Mirosław i Joanna Bucholc from Pixabay.jpg 눈이 오는 날에는 집안이 가장 안전하다.(Image by Mirosław i Joanna Bucholc from Pixabay)

아울러, 겨울철 또 하나의 복병은 제설용 염화칼슘이다. 염화칼슘이 금속을 쉽게 부식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눈과 염화칼슘이 섞인 질척한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눈이 그친 후에도 도로를 하얗게 뒤덮고 있는 염화칼슘 가루들이 바이크 곳곳에 달라붙기 마련이다. 이러한 도로 환경에서 운행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세차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중에 판매하는 WD-40과 같은 윤활 방청제에 바이크 금속 부위에 고르게 도포해 주면 염화칼슘이나 습기에 차체가 녹스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광택 효과까지 볼 수 있어 바이크의 내구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P/S 혹한의 추위 속에서 눈 덮인 도로를 달리는 배달 기사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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