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바이커들의 로망을 응원하며....
지난해 가을, 그러니까 2025년 추석의 일이다. 예년에 비해 제법 길었던 연휴 덕분에 나에게 주어진 임무(차례와 집안 어른들에 대한 인사 등등)를 조기에 완수할 수 있었고, 다시는 누리지 못할 만큼의 충분한 여유 시간을 얻었다. 이런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 끝에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막상 늘어지게 잠만 자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자니 좀이 쑤시고 뭔가 손해 보는 느낌마저 들어 가만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브런치 작가였다.
새로운 도전의 짜릿함에 2~3일 동안 거의 밤을 새우면서 예전에 써둔 글과 새로 쓴 잡다한 글들을 정리해 '작가의 서랍'을 채우고 선정 결과를 기다렸다. 운 좋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고 흥분과 설렘 속에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만으로도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매우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한 결과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선정 통보를 받고 나니 호기롭게 도전했을 때와는 달리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가 걱정이었다.
나는 며칠 간의 진지한 고민 끝에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이 글(품격 있는 바이커를 위한 안내서)이다.
10여 년 전,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꾸었던 로망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면허를 땄고 홍콩 누아르의 한 장면 같은 환상에 젖어 바이크에 입문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주변에 오토바이를 타거나 탈 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나 또한 어릴 때 스쿠터를 잠깐 타본 게 전부라는 것이었다. 강습을 받아 볼까도 생각했지만 우리 동네 근처에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동호회나 모임을 기웃거리는 것은 내 성향에도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바이크 조정부터 관리까지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익히고 스스로 터득하는 독학의 길을 택해야만 했다.
이런 허술한 바이크 입문 과정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바이커들이 겪는 공통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지금 어딘가에서는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바이크 관련 자료나 영상을 찾고 있는 예비 바이커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분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실증적이고 실효적인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 글을 쓰는 지난 4개월의 여정은 '나 또한 아직까지는 초보의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하수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었다.
사실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비교적 구입 비용이 저렴하고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일깨우는 마성의 레포츠로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레저나 교통수단에 비해 초기 접근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대형 바이크를 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초보자에게는 거의 곡예에 가까운 장내 코스 주행 시험을 아주 어렵게 통과해야 하며,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바이크를 끌고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바이커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초보들은 마치 전쟁터로 나아가는 결기에 찬 장수처럼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하며, 모든 가족들의 걱정과 따가운 눈초리를 뒤로 한 채 바이크의 시동을 걸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선 도로는 마치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만이 존재하는 정글처럼 곳곳에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바이크를 몰고 나가면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주차된 바이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동경과 부러움으로 가득하지만, 막상 도로에서는 마주하는 눈빛은 적의와 혐오마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도로에는 바이크에 적대적인 차량으로 가득하다. 바이크를 마치 유령 취급 하거나 경쟁 상대로 간주하는 듯한 매너를 보이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부정적 인식과 따가운 시선은 모든 바이커들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난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경제에 비해 적은 시장 규모로 바이크 상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륜차 전용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극히 제한적이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열악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바이크 구입부터, 정비 등 유지관리와 처분까지 많은 불편과 손해를 바이커가 감수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와 같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틈만 나면 라이딩을 나서는 이유는 바이크만의 독특한 감성과 피를 끓게 하는 열정, 그리고 압도적인 스피드가 주는 쾌감 등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충족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바이크의 장점을 안전하게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바이크 라이딩은 고급 레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품격과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될 때, 적대적이고 우려에 찬 시선은 동경과 부러움으로 바뀌고 바이크는 대중적인 레저로 더욱 사랑받게 될 것이다.
부부와 연인, 친구와 동료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런 모습이 일상이 되는 사회적 문화가 하루빨리 조성되어 더 많은 바이크들이 전국의 도로를 안전하게 누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옥고이길 바랐으나 졸고로 마무리하게 된 이 글이 모든 바이크 애호가들의 안전하고 즐거운 바이크 라이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마친다. 끝.
P/S 보잘것없는 이 글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