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작, 아쉬운 마무리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서평

by 책 읽는 라푼젤

(*) 스포주의



책이든 영화든 마무리가 참 중요하다. 90분의 러닝타임 중 80분이 내내 좋았더라도 마지막 10분이 엉터리라면 그 영화는 졸작으로 기억돼 버린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 아쉽다. 중반부까지는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등장인물들은 평범하지만 그 나름의 특별한 색을 가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너무도 진부하지만 또 따뜻다. 옴니버스 형식라 호흡이 짧아 게 후루룩 읽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용돈을 버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집에서 게임만 하며 빈둥대는 이십 대 후반의 고시생, 그리고 그런 아들을 힘겹게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퇴근길 편의점에서의 소주 한 잔과 야식이 유일한 낙인 외롭고 초라한 가장, 등단 후 이렇다 할 글을 쓰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퇴직금으로 편의점을 연 인심 좋은 사장님까지. 이 책의 주인공인 '독고'를 제외하면 등장인물 모두가 지극히 평범하다. 마치 편의점처럼,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그들이 언제고 눈에 걸릴 듯하다. 누구나 적어도 하나의 사연에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을만큼 일상적다.


서울역의 노숙자였던 '독고'는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한다. 편의점 사장님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졸지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된 그는 어딘가 미스터리하다. 어눌한 말투에 나사가 하나 풀린 듯 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만의 진심어린 방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등장인물들은 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보며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을 짓곤 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밝혔듯 이 책의 결말은 너무도 아쉬웠다. 단단했던 '독고'의 매력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마치 '독고'가 과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올곧고 바른 사람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이 책의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독고'가 특별하지만 '평범한' 사람이길 바랐던 것은 나의 욕심일까? 과거 한 가정의 소중한 딸을 죽게 만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도피해버렸던 그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마무리를 했을까? 책을 덮은 후에도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그의 과거를 밝혀내지 않고, 그냥 미스터리한 독고로 남겼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오래간만에 마음에 품을 소설 하나 생기나 싶었는데... 하.. 아쉽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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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 대학로 연극 재질. 연극으로 각색되면 재밌게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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