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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라푼젤 Jul 15. 2022

미스터 버티고 책방 있습니다.

신현훈 <버티고 있습니다> 서평


이 책은 일산 백석동 소재, 우리 아파트 단지 내 쇼핑몰 2층에 위치한 <미스터 버티고>라는 동네 책방 사장님 쓰신 책이다. 단골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어쨋든 지난 몇 년 간 모든 책을 이 곳 책방에서만 샀으니, 얼추 단골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사장님이 나를 단골로 인정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동네서점을 들락거릴 만큼 다독가도 애독가도 아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1년에 채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완독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내가 버티고 책방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이다. 아파트 지하에서 쇼핑몰로 이어지는 통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상점이 바로 버티고 책방이었고(지금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쇼핑몰에는 내가 다니는 미용실, 네일숍, 약손명가, 올리브영, 와인샵, 단골 식당 등 모든 것이 있었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강제로 그 책방을 지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잘 읽지도 않으면서, 집 근처에 동네 책방이 생긴 것이 괜히 좋았다. 집을 나서 신호등 2개만 건너면 교보문고에 닿을 수 있지만, 조용하고 멋스런 이 책방이 꽤나 마음에 들었고, 사장님이 인스타그램에 담백한 문체로 풀어내는 웃픈 사연들이 재밌어 더욱 정이 갔다. 책방이 굳건히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에 가끔 생각날 때면 꼭 책방에 들려, 읽지도 않을 책을 몇 권씩 사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내 발제 순서에 이 책을 꼭 발제하리라 마음 먹었다.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유명한 작가의 책도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명색이 독서모임이니 한번쯤은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기도 했고, 이 책을 적어도 4명은 더 읽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좀 걱정을 했다. 혹시 책이 너무 별로라 다른 모임원들에게 미안해질까봐.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 책은 (적어도 내 기준에선) 꽤 멋진 책이었다. 익숙한 내용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정말 재밌게 읽었다. 단순히 책방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기라기 보단 '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차분히 사색해볼만 한 거리를 마구 던져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장님은 한 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고, 업계에서 긴 시간 직장 생활을 하였고, 1인 출판사를 차린 경험도 있다. 이렇게 평생 책밥을 먹었기에 누구보다 '책'에 관해 할말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라던가 독서모임, 낭독회, 중고책, 음악과 영화 등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시선도 흥미롭고, 책방의 운영방식부터 출판사와의 거래 방식, 출판업계의 현실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설명들도 유익했다.


특히 '책을 읽는 이유'를 5가지로 나눠 설명하신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내가 언제부터, 왜 책을 멀리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그 이유를 찾지 못했엇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내 자신의 태도와 강박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엔 누구보다 책을 좋아했고, 늘 책과 함께였다. 하지만 학창시절 학업 스트레스와 활자 중독으로 책을 점차 멀리하게 되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늘 현실에 치이다보니 책을 펼칠 시간조차 없었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졌을 땐 이미 책 읽는 즐거움을 완전히 잃어버린 후였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명확한 '성과'와 '결과물'이 있어야만 무엇이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성격이다보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책 잃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겼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면 몸이 날씬해지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추억이 쌓이고, 기사를 읽으면 지식이 늘고, 인스타를 하면 예쁜 사진이 남는데, 책을 읽어선 당장 내게 남는 성과가 아무 것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삶이 무사해야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독서모임을 통해 다시 책을 읽게되면서 목적 없이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꼭 모든 일에 성과가 필요하진 않으니까. 사장님처럼, 책에서 뭔가를 얻기 보다 텍스트 그 자체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특정한 공부를 위해서, 논술 준비를 위해서,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차트 공부나 부동산 공부를 위해서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닌, 그저 읽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어쩌면 사장님의 말처럼 이제야 내 삶이 무사해졌는지도, 조금 살만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강박에서 벗어나 정말 책을 즐길만한 여유가 내게 비로소 생긴 것만 같다.

하지만 이렇게 브런치에 읽는 책마다 서평을 쓰는 것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잘 팔리지도 않는 본인의 책을 한꺼번에 5권이나 사갔음에도, 사장님은 내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눈치다. 정말 기억을 못 하시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시는 건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장님이 그야말로 영업에는 젬병이라는 사실이다. 사장님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나는 영 상상이 가지 않아 이 책에 간간히 등장하는 단골들의 이야기가 마냥 신기하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이 책방을 좋아한다. 책 전반을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자조하듯 사장님의 '자영업자'로서의 자질은 다소 (어쩌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부족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정말 '책'을 좋아하셔서 책방을 여신 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사장님의 표현 그대로, 능숙하기보다는 정직하고자 하는 분처럼 보여서도 좋다. 게다가 성격은 나와 정-반대이지만 의외로 책 취향이 매우 유사한 사장님의 큐레이팅과 안목이 마음에 든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책이 다양하지도 않고, 마음 편히 구매하지 않은 책을 하염없이 펼쳐볼 수도 없고, 원하는 책을 찾기가 여간 불편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책이 다양한 사람의 눈에 띄어야 하지만,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시장을 장악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큰 돈을 들여 광고를 할 수 있는 극히 일부 출판사의 책만 고객의 눈에 띄는 영광을 차지한다.
 
... (중략) ...

동네 책방은 그런 도서 유통의 획일성에 찬물을 끼얹는 한줄기 햇갈 같은 존재다. 동네 책방 천 개가 있다는 건, 천 명의 주인이 천 권의 각기 다른 책을 골라 가장 좋은 자리에 편안하고 쾌적하게 진열해놓고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앞으로 종이책은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출판업계는 이대로 괜찮을까. 어릴 적 자주 드나들던 동네 헌책방은 사라진지 오래고, 요즘 인기 있다는 책방들은 대부분 큐레이팅이 잘 된 책방이라기 보단 트렌디한 책방, 사진이 잘 나오는 책방들이다. 코로나는 끝나가는데, <미스터 버티고> 책방의 매출은 언제쯤 이전 수준으로나마 회복될 수 있을까?


종이책이 사라지는 것은 싫지만 이북리더기로만 책을 읽고, 동네 책방은 살리고 싶지만 대형 서점의 쾌적함을 가끔 그리워하는 이중적인 나. 하지만 이북리더기로 다 읽은 종이책을 구태여 구매해 책장에 꽂아두고, 오늘도 버티고 사장님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누르며 소심하게 응원을 보내본다.


계절의 흐름이 오롯이 느껴지는 한적한 숲 속에서 아저씨가 원하는 모습 꼭 그대로의 책방을 운영하실 수 있게 되기를. 아저씨가 꿈꾸는 <꿈의 구장> 속 한 장면처럼, 나도 차를 몰고 나타나 버티고 책방으로 향하는 그 끝없이 긴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 


2022년 7월 15일, 다섯 번째 책당모의♥


<발제문> by JSY

1. 이 책에는 다양한 책(주로 소설)에서 인용된 구절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 여러분의 마음에 와닿은 구절은 무엇이었나요? 버티고 책방에서 낭독회를 하듯 가장 공감되었던, 혹은 가슴을 울렸던 구절을 여러분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읽어주세요. 


2.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의 목적을 '공부'와 '취미', '휴식', 그리고 더 나아가 '혁명'과 '도피' 등 5가지로 나누어 소개하였습니다. 여러분에게 독서란 어떤 의미인가요?
(p.47. '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p.54. '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2' 참고)


3.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시나요? 앞으로 결국 종이책은 사라지게 될 것인지, 저자의 바람대로 오랜 책들이 비싸지는(마치 LP판처럼) 때가 올 것인지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4. 저자는 위탁거래와 현매거래 시스템의 특징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교환이 가능한 현매거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제도는 무엇인가요?
(p.33. '출판사거래에 대하여' 참고)


5. 출판/유통업계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 업계 2위 유통업체인 송인서적과 오프라인 서점 매출 순위 3위 반디앤루니스의 운영업체 서울문고가 차례로 회생과 파산을 겪었습니다. 여러분은 현 출판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유지와 강화'에 찬성하시나요?


6.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들이 '굳이 구매하지 않더라도 서점에서 책을 자유롭게 읽도록 장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비자에겐 너무도 좋은 서비스이지만, 저자는 그로 인해 버티고와 같은 작은 책방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되었다 말합니다. 작은 서점들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 서점들의 마케팅들, 지양해야 할까요?


7. 저자는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한적한 숲 속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책 냄새에 푹 파묻힐 수 있는 작은 중고 책방을 꿈꾸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책방을 열게 된다면, 어떻게 책방을 꾸미고 싶으신가요? 어떤 종류의 책으로 책방을 가득 채우실 건가요? 여러분이 꿈꾸는 책방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7-2. 최근에는 SNS의 영향으로 개성 넘치고 특색 있는 독립서점이나 북카페 등이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데요. 모임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서점이나 북카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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