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꿈을 꾸시나요?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서평

by 책 읽는 라푼젤


하루 평균 6~8시간을 자는 우리들 인간은 인생에서 적게는 4분의 1, 많게는 3분의 1 이상을 '잠'으로 소비한다. 누구나 한 번쯤 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자도록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워낙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지라 잠자는 시간을 아깝게 여겼던 적이 많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에너지가 충전되도록 설계(?)될 순 없었을지, 혹은 그런 방식으로 진화가 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인간은 왜 자야 할까? 그리고 왜 꿈은 꾸는 걸까. 매일 밤 스쳐 지나가는 이 수많은 꿈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작가의 발칙하고도 귀여운 상상이 '꿈 백화점'을 세워냈다. 서두에 소개된 작가의 말 그대로 이 이야기는 '궁리해봐야 우리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그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꿈'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꿈이라기 보단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에 가깝다. 꿈 백화점에 입사한 귀엽고 순수한 사회초년생 페니의 눈으로 바라보는 '꿈'의 의미도 흥미롭고, 페니의 성장하는 모습에 나까지 뿌듯해지기도 했다. 꿈 백화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꿈'과 '좌절'을 통해 내 모습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고, 죽은 이의 꿈을 배달해주는 에피소드를 다룬 챕터에서는 참을 수 없는 눈물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평소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데자뷔' 현상과 '악몽'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반 이후의 이야기들이 다소 뻔(?)하다는 것. 굉장히 참신한 소재라 흥미롭게 읽었으나, 큰 사건이랄 게 없이 너무 평이하게 흘러가서 조금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잔잔하면서 정말 쉽게 읽히는 소설이라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달러구트는 특유의 안목으로 정말 재밌어 보이는 꿈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 우주를 유영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꿈, 난임 부부의 세 쌍둥이 태몽, 역사 속 인물과 티타임을 가지는 꿈, 옛 친구를 만나는 꿈, 내가 괴롭혔던 사람으로 한 달간 살아보는 꿈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꾸고 싶은 꿈은 '부모님으로 일주일간 살아보는 꿈'이다. 어느 날 달러구트 백화점에 가게 된다면, 꼭 그 꿈을 사보고 싶다.


KakaoTalk_20220722_174017773.jpg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혹은 어떤 꿈을 꾸고 싶나요. 책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구절이 너무 많았어서, 몇 가지 소개해봅니다.


# 제가 사랑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시간입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굳이 잠들었던 시간까지 포함하여 떠올리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이 잠들 시간을 고대하지 않으며, 하물며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가 깊이 잠들어 있음을 채 깨닫지 못하는데, 부족한 제가 어찌 이 딱한 시간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p.27


#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p.47


#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p.48


# 미리 안다면 정말 불행할 거예요. 좋은 미래를 본들 그게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나태해질 수 있고요. 그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만 커지겠죠. p.184


#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p.186


#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중략)...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p.356


꿈.png 꿈이란 거 정말 재밌네요. 꿈과 꿈이 동음이의어인 것도 신기하고요. 그러고 보니 영어로도 dream과 dream이군요. 그럼 저는 꿈에서 꿈을 찾은 셈인가요?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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