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3. 2. 1. 23:12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브랜드와 카페의 콜라보 팝업이다. 본격적인 서비스 런칭 이전, 두 개의 파일럿 팝업을 기획했다. 지난 10월부터 준비했던 팝업을 12월 중순 오픈하여 크리스마스를 거쳐 1월 1일까지 운영 후 철거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독, 자주 울면서 일했다. 종종 불안하고 답답했다.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보기에 좋은 것들을 파트너도 좋아해줄지 방문객도 좋아해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팀의 규모에 비해 일이 너무 많아서, 잠시라도 내가 멈추면 그냥 모든 일이 멈춰버렸다. 숨어 쉴 곳이 없기에 정신을 단단히 잡고 눈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그럴 때는 이상하게도 5년 전쯤 어떤 건축토크시리즈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젠틀몬스터의 실험적인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비주얼 아트 디렉터의 세션이었다. 젠틀몬스터도 초기에는 대표 혼자서 영자신문을 배경으로 안경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해서 이리도 감각적인 브랜드가 되었나요" 란 질문에 "사실 브랜드의 시작은 이렇게나 촌스러웠답니다" 라고 대답한 부분이었다. '젠틀몬스터도 처음엔 영자신문 수준이었다고..�'하면 웃기게도 마음이 진정되었다. 미약한 시작 위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속도감 있게 시장에 반응하는 기민한 도전을 생각했다.
다행히 팝업에 대한 반응이 꽤 좋았다. 글자와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실제 경험이 될 때 오는 후련함 같은 것들이 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 내가 지샌 밤들이 헛된 고생은 아니구나 싶다. (그렇게 생고생을 잊는 프로마감러가 되고..)
하지만 뿌듯함은 늘 딱 3일 짜리 감정이다. 그 뒤로는 익숙함과 아쉬움 같은 것들이 따른다. 사실 이번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정말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연말 시즌이었기에 모객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처음'이었기에 허용되는 관용도 있었다. 상황상 큰 의미없이 진행했던 요소들이 의외로 너무 큰 호응을 받았고, 그 반대도 있었다. 관건은 운을 실력으로 바꿀 수 있는가,이다. 결과로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무엇이 왜 좋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알아야지.
여전히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