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아직 우리 마을에 오지 않았다.

전쟁 곁에서 살아가는 하루

by Mongsil

전쟁은 아직 우리 마을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곁에는 이미 와 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눈물을 삼키는 우리 선생님들의 얼굴을 보고,

군인들의 죽음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이제는 죽고 없는

RIP라는 글자가 새겨진

아직 살아 있을적의 군인들의 웃는 사진을 보고,

걱정이 묻은 한숨 소리를 들을 .

나는 전쟁 곁에 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

극도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몸의 피로가 아니라

마음의 긴장 때문이다.


성탄 행사는 취소되었다.

그런 것을 준비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그 공지를 전하던 순간,

나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아이들이 왜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가.


나는 그저 옷박스들을 모아

도청에 갖다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을 공부방 아이들에게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피난민들이 먼저다.

집을 두고 떠나

난민캠프에,

길바닥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머무는 사람들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얼마나 슬픈 현실을 맞이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설거지를 하다가

내 손가락이 베였다.

커피를 따를 때 쓰는

투명한 유리 주전자,

커피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커피를 받는 그 주전자였다.

깨진 줄 알면서도

대체할 것이 없다고

수녀님들은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피가 났다.

나는 피가 난다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방으로 들어와 연고를 바르려

시딘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안에는 오라메디 연고가 들어 있었다.

그걸 손가락에 바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껏 손가락 하나 베였을 뿐인데

나는 이렇게 불평을 한다.

며칠이면 낫는 상처인데.

밖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미안해졌다.

나는

몸은 안전한데

마음만 전쟁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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