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아가는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들
서점에 가면 제목부터 표지까지 흥미를 끄는 책들이 참 많다. 모 기업인의 자서전, 전문가의 지식백과, TV에 나와 재조명된 고전 소설 등 많은 책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요즘은 나와 비슷한, 하지만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펴낸 책들에 눈길이 더 가는 것 같다. 두 책은 지금을 당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펴냈다는 점, 만화로 되어있어 술술 읽힌다는 점이 비슷하다.
아직은 성별 간 존재하는 불신과 혐오가 잦아들지 않은 세상에서 여성의 입장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책이다. 19금스러운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서 읽다가 헉 하긴 했는데, 예전 네이버 웹툰이었던 <여탕보고서>처럼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헉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특히나 인상 깊은 건 아래의 에피소드였다.
보통은 여자한테 일어나는 상황을 남녀를 바꾸어 만든 에피소드다.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자신에게는 남동생이 있는데, 두 번째 컷에 많이 공감되었다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자매이기에 성별로 인한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지만,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면 나와 언니는 전을 부치고 작은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 게임기를 하던 사촌 남동생은 어른들과 굴비가 있는 큰 상에서 밥을 먹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은 조금씩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희망찬 기분이 든다. 세 번째, 네 번째 컷에 있는 이야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인생의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저런 소리를 하면 큰일 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한쪽의 이야기이기에 다 맞고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책들이 나오고 많이 회자될수록 우리 간의 위화감과 불신이 조금씩 누그러들다가 융화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프리랜서로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 청소일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생계를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성인이 되고 나면 내가 사 먹을 밥값도 내가 번 돈으로 내야 하고, 버스를 탈 교통비도 내가 번 돈으로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하고, 흥미와 맞아 떨어지면 행운이고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작가는 멈칫했고, 친구가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라고 말했을 때 홀로 위화감을 삼켰다. 이런 시간들을 '이긴다'가 아니라 '견딘다'라고 표현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는다.
내일 출근하는 우리도 당장은 생계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늘까지 살아온 날들이 썩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일이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할 자원을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끔 생계를 뒷받침해준다는 생각이 들면 절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라서 이번 독서는 즐거웠다. 만화로 되어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공감되는 그림들로도 충분히 여운이 머금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