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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Apr 05. 2020

썅년의 미학 & 저 청소일 하는데요?

지금을 살아가는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들

서점에 가면 제목부터 표지까지 흥미를 끄는 책들이 참 많다. 모 기업인의 자서전, 전문가의 지식백과, TV에 나와 재조명된 고전 소설 등 많은 책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요즘은 나와 비슷한, 하지만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펴낸 책들에 눈길이 더 가는 것 같다. 두 책은 지금을 당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펴냈다는 점, 만화로 되어있어 술술 읽힌다는 점이 비슷하다.


썅년의 미학

아직은 성별 간 존재하는 불신과 혐오가 잦아들지 않은 세상에서 여성의 입장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책이다. 19금스러운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서 읽다가 헉 하긴 했는데, 예전 네이버 웹툰이었던 <여탕보고서>처럼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헉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특히나 인상 깊은 건 아래의 에피소드였다. 


출처: 위즈덤 하우스 <썅년의 미학> 도서 소개

보통은 여자한테 일어나는 상황을 남녀를 바꾸어 만든 에피소드다.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자신에게는 남동생이 있는데, 두 번째 컷에 많이 공감되었다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자매이기에 성별로 인한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지만,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면 나와 언니는 전을 부치고 작은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 게임기를 하던 사촌 남동생은 어른들과 굴비가 있는 큰 상에서 밥을 먹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은 조금씩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희망찬 기분이 든다. 세 번째, 네 번째 컷에 있는 이야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인생의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저런 소리를 하면 큰일 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한쪽의 이야기이기에 다 맞고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책들이 나오고 많이 회자될수록 우리 간의 위화감과 불신이 조금씩 누그러들다가 융화될 수 있지 않을까. 



저 청소일 하는데요?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프리랜서로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 청소일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생계를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성인이 되고 나면 내가 사 먹을 밥값도 내가 번 돈으로 내야 하고, 버스를 탈 교통비도 내가 번 돈으로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하고, 흥미와 맞아 떨어지면 행운이고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작가는 멈칫했고, 친구가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라고 말했을 때 홀로 위화감을 삼켰다. 이런 시간들을 '이긴다'가 아니라 '견딘다'라고 표현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는다. 

내일 출근하는 우리도 당장은 생계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늘까지 살아온 날들이 썩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일이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할 자원을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끔 생계를 뒷받침해준다는 생각이 들면 절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출처: 21세기 북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카드 뉴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라서 이번 독서는 즐거웠다. 만화로 되어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공감되는 그림들로도 충분히 여운이 머금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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