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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Aug 23. 2020

여자 축구 이야기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아무튼, 술>에서 술에 엮인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냈던 김혼비 작가가 여자 축구하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아무튼, 술>에서도 축구를 하고 맥주를 마시러 간다는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굉장히 궁금해졌다. 회사에서 축구 동아리를 하거나 조기축구를 하는 남자들은 꽤 보았는데, 취미로 축구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고?


밤에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농구코트는 항상 젊은 청년들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 배구했었는데. 배구 센터였었는데..'라며 나도 동네에서 스포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들도 모여서 배구 같은 거 할 수 없을까. 근데 동네에 딱히 배구장이 있진 않네.. 하면서 말이다.


여고시절에 점심시간마다 밥을 위장에 때려 넣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곤 했다. 갈수록 배구 코트 맡기가 어려워져서 학교 차원에서 반마다 코트 시간을 지정해주는 룰까지 생길 정도였다. '예전엔 그랬는데, 그때 배구했던 여자친구들은 다 어디 간 걸까. 나도 여자친구들이랑 다시 스포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근데 실제로 여자끼리 축구를 하고 있다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에서 작가는 평소 축구 보는 걸 좋아하다가, 문득 실제로 해볼까라는 생각에 여자축구단에 연락을 한다. 바로 오라고 하고, 갑자기 그날부터 축구단에서 뛰게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 있다. 거기엔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 숏컷을 벗어나지 못하는 고인물 언니들도 있고, 선출(선수출신)이었던 여자들이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재밌던 건, 그들이 연습경기를 하는 상대가 주로 시니어 축구단(일명 할아버지 축구단)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피지컬의 차이가 있다 보니 성인 남성 축구단보다는 할아버지 축구단, 여자축구단과 경기를 한다고 했다. 연습경기만 하진 않고 여자축구단끼리 아마추어 리그도 치른다. 새로운 세상에 관한 이야기여서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다.


뙤약볕에서 체력을 극한으로 태워야 하고, 근육들이 딴딴하고 거칠게 발달됨에도 그들은 축구를 놓지 못한다. 축구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고, 시원하게 맥주 한잔 들이켜는 일요일의 아침. 평소 월드컵에 우리나라팀이 나올 때에만 봤던 터라 잘 모르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고이는 걸 보니 '아 나도 축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에 고인다는 걸 느껴보기도 했고, 운동에 고이신 분들을 봐서 굉장히 공감됐다. 작년에 꾸준히 했던 수영도, 연수반부터는 젊은 체력보다는 나이 많은 고이신 분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쉼 없이 턴하고 물개가 따로 없다. 수영에 고이고 싶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못하고 있어서 어딘가에 다시 고이고 싶다. 책을 빌려주신 복싱 선생님께 "와 이 책 읽어 보니 축구하고 싶어 졌어요! 어디 여자축구단 없나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안돼요! 축구 너무 위험해요"라고 말리셔서 참았다. 일단 복싱에만 고여있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 축구하는 여자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다. 다만, 운동에 매우 고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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