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동 창업자가 들려주는 '넷플릭스의 시작'
뭔가 평생 생각하고 있기보다
1시간이라도 해보는 게 훨씬 배우는 게 많다.
뭔가를 창조하고 만들고 시험하고 팔아보라.
처음 넷플릭스를 설립했던 창업자는 마크 랜돌프와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이다. '온라인 DVD 대여'라는 아이템을 발전시키고 넷플릭스가 상장하기까지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의 CEO에서 사장으로 넷플릭스와 함께 했다.
지금의 넷플릭스가 거대한 기업이 되기까지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역할이 컸지만, 넷플릭스를 탄생시키고 살아남게 하기까지는 마크 랜돌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책을 읽고 깨달았다.
그는 '나는 언젠가 사업을 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주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가 넷플릭스 초기버전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DVD를 받는다는 것이 실제 어떤 느낌인 지, 가능성이 있을지 공동창업자인 리드에게 우편을 통해 보내보고, 그 실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상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읽으며 배울 점들이 많았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 당연하게 여겨지는 스타트업 격언들이지만 실제 어떤 상황에서 그 격언이 통했는지, 그게 왜 격언인지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나는 창의적인 생각이나 좋은 인재만큼이나 집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넷플릭스에서 배웠다. 스타트업에서는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이 철학이 특히나 인상 깊은 이유는 그들이 수익의 97%가 되는 DVD 판매 사업을 접고, 3%밖에 안 하는 DVD 대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을 때 떠올렸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책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아마존이 넷플릭스 인수를 원해 미팅을 가졌다. 그러나 아마존이 평가하는 가치는 넷플릭스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 아마존이 DVD를 판다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오직 수익의 3%만을 차지하는 'DVD 대여'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아무도 모른다'는 비난하는 말이 아니다. 일깨우는 말이다. 격려하는 말이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업 구상이 좋고 어떤 사업 구상이 좋지 않을지 정말로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사업 구상이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우리 자신을 시험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할 때 누군가가 "나쁜 아이디어는 없어"라고 말하면서 시작할 때가 많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쁜 아이디어는 있다. 하지만 시험해보기 전까지는 그 아이디어가 나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당시엔 혁신적이었던 월 이용료 방식을 시도했다. 월 이용료 방식을 도입할 때 몇 장의 DVD를 얼마의 가격에 제공할지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실험했다. 한 달의 무료 이용기간이 끝나고 오히려 구독이 끊기지 않을까 했으나 유료로 전환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지역에 따라 1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과 7일 배송인 지역이 있었는데, 구독률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1일 배송이면 더 많이 이용하지 않을까'를 실험해봤더니 이용률은 비슷했지만 신규 회원 등록률이 증가했다. 입소문이 난 것이다.
직접 실험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넷플릭스는 처음 12년 동안 미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캐나다는 거리상으로 멀지 않고 규제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만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캐나다 시장이 미국 시장과 다르기에 보기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을 살펴봤다. 무엇보다 그곳에 들어갈 노력을 다른 부분에 쏟으면 훨씬 많은 이익을 얻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진출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때의 결정을 '캐나다 원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월 구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 때, 소수의 기존 유저를 위해 개별로 대여하는 방식을 그대로 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캐나다 원칙을 적용해 '맞지 않는 사업 모델은 에너지와 돈, 능력을 분산하게 할 뿐이다'는 생각으로 개별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고 완전히 월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그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았다.
<디커플링>은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성공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 아니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문장이 떠올랐다. 요즘은 속옷, 면도기, 꽃 등 월 이용료를 내고 무언가를 구독하는 게 너무 당연한 시대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구독 모델을 만들었던 2000년 대에는 흔한 모델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처음 넷플릭스를 만났을 때에도 '한 달을 무료로 구독해보고, 해지하지 않으면 매달 결제됩니다'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반신반의였지만 구독해보고 컨텐츠를 경험해보고, 신뢰를 가지게 됐다.
월 이용료를 내고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넷플릭스를 일으킨 가장 큰 한방이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가 만든 월 구독 모델이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제 많은 이들이 다른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졌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자동차와 집을 공유한다는 모델을 만들어냈고 혁신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넷플릭스는 월 이용료를 내고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사용자를 이용시키고 많은 서비스들을 파생시킨다는 걸 느꼈다.
글의 서두에 옮겨둔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무얼 할지 모르겠고 이 시간이 지겹게 길어지고 있다.
나한테 딱 맞는, 마치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난 그런 숙명 같은 과제는 아마 없을 것 같다.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어도 시작은 무심코 어설프게 시작된다.
번뜩이고 궁금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1시간이라도 시도해보는 자세로 올해 4분기를 보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