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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철학에 실용을 버무리다

by 퐝지

철학은 어렵고, 철학의 역사는 따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과,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검토해보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깨달았다.


책에는 50가지의 철학과 사상이 소개되는데 그중 나에게 실용적인,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간추려보았다.



악마의 대변인

악마의 대변인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의도적'이라는 말은 원래 성격상 다수파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이 같은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수많은 의견 교환이 오갈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치 가격이 시장 원리에 의해 상승과 하강을 교차하다 적절한 수준으로 수렴되듯, 의견이나 언론도 다수의 반론과 반박을 헤쳐 나옴으로써 뛰어난 것만이 남는다. 반면, 아무리 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유론에서 언급된 다양성의 중요성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 이유

즉, 어떠한 판단이 가장 적절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반론과 반박이 존재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된 판단이 신뢰받을 수 있는 이유는 비판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론과 비판이 가해지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이를 제기하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하다.




변증법

(변증법은 이 책의 여러 장에 등장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변증법이란

변증법은 어떤 주장 A와 그에 반대, 또는 모순되는 주장 B가 있을 때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고 통합하여 새로운 주장 C로 진화해 가는 사고 과정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진리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의 이름이다. 대립하는 사고를 서로 부딪쳐 투쟁시킴으로써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다.


변증법의 중요성

어떤 아이디어의 옳고 그름은 그 시대의 엘리트가 통제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다면적인 사고를 거쳐 결정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변증법에서 더 나아가 집단 지성을 통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이용하면 질 높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일례로 1968년에 행방불명된 원자력 잠수함을 탐색할 때 개인인 해군사관의 의견을 채택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 집단이 수렴한 예측이 매우 정확했다. 다만 이러한 집단지성을 이용할 때에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수의 몇몇 개인들이 사회에서 제거될 경우 큰 이익이 발생합니다라던가 하는 결정은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분법에 대한 경계

이분법적 사고는 사고의 폭을 제한한다. 선택지가 A와 B만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휴리스틱 결정

휴리스틱(heuristic)은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다.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때로는 결정권자의 이지적인 고찰에 의해 판단하는 접근법 대신 시장의 선택에 맡겨보는 것이 만족할 판단을 얻을 수 있다.



공정한 세상 가설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게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다양한 반론이 존재한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팀은 "연습이 기량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기술이나 능력 분야에 따라 다르며 기능 습득에 필요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연습량에 대한 성과 영향도는 컴퓨터 게임과 악기, 스포츠는 20% 정도이지만 교육은 4%이고 지적 전문직은 1%이다.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주장은 아름답게 들리나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의미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공정한 세상 가설, 노력은 언제나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사고는 실증 연구에서 부정되고 있으며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관계는 해당 경기나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졌다. 다시 말해 섣불리 이 사고에 사로잡혔다간 승산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일이다.

앨렌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남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1982년 미국의 최대 전화 회사였던 AT&T는 맥킨지앤드 컴퍼니에 휴대전화 시장 규모 예측을 의뢰하고 현재로썬 틀린 그 예측대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다른 기업에 매수당하는 최후를 맞이했다. 이처럼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예전에 아이폰을 만들어냈던 애플처럼 말이다.



'공정한 세상 가설'은 잔인하지만 슬픈 사실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노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불공정한 세상일지라도 무언가 성취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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